영화 올 더 머니 포스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졌다고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에게 사랑하는 손자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이 억만장자는 손자를 사랑하지만, 유괴범들에게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미국에 있는 ‘J. 폴 게티 박물관’으로 유명한 인물 J. 폴 게티의 이야기다. 197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게티의 손자 유괴 사건을 할리우드의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했다.
한국에 개봉되는 제목은 ‘올 더 머니’이지만, 영화의 원제는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All The Money In The World; 세상의 모든 돈)’이다. 사막에서 유전을 발굴해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스스로 “세상의 모든 돈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지만, 쓸데없는 돈은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철학의 소유자다. 자신의 손자가 유괴범들에게 납치됐단 얘기를 듣는 순간에도 조금의 미동 없이 세계 유가 변동을 확인한다.
영화에서 잔인한 유괴범들보다 더 냉혹하게 그려지는 것은 세계 최고 부자인 게티다. 그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며 미술품, 조각상 같은 것들에만 돈을 쓴다. 그가 돈가방을 여는 순간은 손자의 몸값을 줄 때가 아니라 값비싼 그림 한 점을 살 때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이야기는 현대판 비극이며, 동시에 매우 철학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돈이 많은 것과 없는 것, 그 사이의 공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에이리언’을 비롯해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한니발’, ‘프로메테우스’, ‘마션’ 등을 만든 스콧 감독의 연출력은 이 영화에서도 역시 빛난다.
이 영화는 제작 중 한 번의 큰 고비를 맞았다. 원래 게티 역을 맡아 촬영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할리우드의 ‘미투’ 성폭력 고발로 퇴출당하는 바람에 영화 개봉 6주를 남겨두고 그의 촬영분량을 통째로 날린 것이다. 급히 섭외된 배우가 70년 연기 경력의 원로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 하지만 이런 배경이 무색하게, 영화를 보면 플러머의 연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된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