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실소유주 논란보다 '하청 갑질'이 더 문제죠"

[다스 경주 협력업체 가보니]
2·3차 협력사 납품단가 후려치고
MB아들 이시형 최대주주인 에스엠
납품사 코너 몰아 헐값 M&A 의혹
기술 불법 도용…하청업체 문 닫기도
다스 "일방적 주장…언급할 내용 없어"

경주시 천북면 산업단지에 있는 에스엠 본사 전경. 지난 2015년 설립된 에스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지난해까지 다스의 핵심 협력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경주=서민우기자


“다스의 실소유주요? 관심 없어요. 다만 이번 기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 간 잘못된 거래 질서가 바로잡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스의 ‘12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주 본사를 전격 압수 수색한 지난 11일. 세간의 관심이 온통 다스의 실소유주와 비자금 조성에 쏠려 있었지만 다스를 가장 가까이서 겪은 2·3차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중견기업인 다스의 갑질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경주 외동읍 외동농공단지와 천북면 산업단지 등에서 만난 이들은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다스와 2·3차 협력업체의 관계에 대해 “강자(다스)가 약자를 마음대로 짓밟아도 아무런 뒤탈이 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이제라도 공정한 질서가 형성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만연=다스 납품업체들이 가장 힘든 일로 꼽은 것은 불공정한 납품단가 결정이다. 3차 이하 협력사들은 우선 부품을 생산해서 다스 또는 다스 핵심 협력업체(2차)에 납품한 뒤 납품단가는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년이 지난 뒤 정해지는 행태가 반복돼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 3차 협력업체의 경우 가공비 인상으로 제품 단가를 20% 올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1년 반이 지난 후 오히려 새 부품을 정상가격 대비 80%로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 월급을 밀리지 않고 공장을 계속 돌리려면 낮은 가격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A사 대표는 “(다스와 같은) 1차 협력사들이 현대차의 제품 수주를 따내려면 사전에 투자와 비용 등을 계산해 견적서를 제출하고 납품사로 선정되면 그때부터 투자에 들어가기 때문에 경영계획이라는 것을 세울 수 있다”며 “하지만 2·3차 협력사로 내려오면 제품 도면이나 설계도 한 장으로 일단 생산부터 할 수 있어야 일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과 다스와 같은 1차 협력업체 간의 관계는 보는 눈이 많아서 이런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체결할 수 없지만 1차 협력사에 목줄이 잡혀 있는 2·3차 협력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B사 대표는 “예전에 20~30년 전 자동차산업이 호황일 때는 위에서 정해준 대로 부품을 생산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쟁도 치열해지고 시대가 변했는데 다스 협력업체 생태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피해 업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다스 관계자도 “협력업체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따로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고 기업 뺏고=애초에 가격 결정 구조가 다스에 유리하게 돼 있다 보니 다스가 다른 목적으로 협력사를 크게 키우거나 정반대로 폐업에 이르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가 최대주주(지분 75%)로 있는 에스엠은 잇따라 다스 알짜 협력사인 2·3차 업체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 회사는 2015년 창윤산업의 자산과 근로자·설비 등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다온(옛 혜암)과 디엠아이를 사들였다. 이들 업체는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갑자기 부실 또는 적자로 돌아선 후 에스엠에 헐값에 팔렸고, 이 과정에 다스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회사가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우회상속과 매우 흡사한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A사 대표는 “전직 대통령 지분이 아들로 승계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새 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고 그 회사가 결과적으로 다스를 거느리는 구조를 생각한 게 아니었겠느냐”며 “에스엠이 기술력이 없으니 제조경험이 있는 회사가 필요했고 일감을 축소하거나 납품단가를 후려쳐 납품업체들을 어렵게 만든 뒤 헐값에 사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의 형태지만 사실상 기업탈취에 가깝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기술탈취해 폐업 이르기도=하청업체의 기술을 모방해 결국 문을 닫게 만든 사례도 있다. 3차 협력사인 C사는 다스의 지원 속에 급성장한 D사(2차 협력사)와 부품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중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대신 C사는 납품 단가 인하에 동의해줬다. 이때 다스의 핵심 관계자가 직접 나서 단가 인하에 따른 손실을 차후에 보전해주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D사는 또 다른 업체에 C사 생산부품을 모방 제조하도록 했다가 발각이 됐다. 이에 C사는 합의 사항 위반이라고 항의했지만 D사는 “납품중단을 대비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며 “거래를 계속하려면 다른 업체의 제품개발비 4억원가량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C사는 핵심제품 기술을 도용당한 상황에서 인건비도 보장되지 않은 낮은 임시가격과 수선·선별비용 명목의 과다한 클레임 비용 청구를 견디지 못해 공장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해 D사는 “기술탈취는 C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합의서의 구속성과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합의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을 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에 C사의 주장을 따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주=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