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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을 타깃으로 한 국세청의 칼날이 더 예리해지고 있다. 생활비와 예적금을 대신 내주는 숨어 있는 증여와 탈루까지 모조리 찾아내고 있다. 특히 강남을 대상으로 아파트 단지별로 매매거래를 모두 들여다보는 저인망식 작업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세청이 18일 내놓은 네 번째 세무조사 대상은 532명으로 지난해 8월의 286명, 9월의 302명, 11월의 255명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국세청은 △가격 급등지역 아파트 등 취득자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통한 고가 아파트 취득자 △부담부 증여를 통한 증여세 탈루 혐의자 등을 주요 세무조사 유형으로 꼽았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 거래는 전수분석하고 그 결과 탈세 혐의자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자금출처조사 건수를 대폭 늘리고 부동산을 활용한 변칙거래자들에 대해서는 현장 밀착형 자금출처조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대출금을 대신 갚아줬다가 걸린 경우도 있다. 20대 후반 직장 여성 E씨는 어머니로부터 아파트를 물려받으면서 증여일 직전에 의도적으로 어머니 명의의 대출을 받았다. 채무를 함께 증여받아 증여세 부담을 줄인 뒤 대출은 어머니가 대신 변제해 증여세를 탈루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비슷한 방식으로 40대 초반 F씨는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를 사면서 전세보증금(임차인은 거주하지 않는 장인)으로 자금출처를 준비했다가 적발돼 17억원 상당의 증여를 받은 게 드러났다. 재건축조합장으로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사들이고 명의신탁을 통해 탈루한 경우나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샀다가 단기양도한 뒤 양도차익을 누락한 사례도 있었다.
앞으로 국세청의 조사 대상은 더 늘어난다. 국세청은 세대주인 경우 40세 이상 4억원, 30세 이상 2억원으로 돼 있는 증여추정 배제 기준을 늦어도 오는 3월까지 낮추기로 했다. 증여추정 배제 기준 안에 있으면 국세청이 거래를 들여다보지 않지만 기준이 조정되면 더 많은 이들이 잠재적인 조사 리스트에 오르는 셈이다. 서울 집값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가구가 증여추정 배제 기준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증여추정 배제 기준을 낮추는 것은 서민이 타깃이 아니라 강남을 비롯한 자산가에게 상대적으로 소액인 편법증여도 국세청이 잡아낼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