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해 서울 집값 상승의 진앙지 역할을 한 것은 강남 재건축 단지였다. 잠실주공1단지·개포주공 등 주목받았던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자 집값이 치솟았다. 그간의 학습효과로 재건축 후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매수 열기가 뜨거워졌던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 사업 개시가 가능한 ‘준공 30년 차’를 맞는 서울 아파트 단지가 7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이 중 강남 4구(서초·송파·강남·강동)에서만 14곳, 1만7,000여가구 인데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이들 단지의 재건축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특히 서초구 삼풍아파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 등 주요 단지들이 사업 연한을 각각 채우면서 본격적으로 재건축 삽을 뜰 채비를 하고 있는데 만약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다시 늘릴 경우 이들 단지의 호재 중 하나가 사라지면서 매수세도 위축될 공산이 있다. 송파구의 P공인 관계자는 “일부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들이 재건축 사업 시작을 알리고 있는데 정부의 이런 대책이 해당 단지의 매수 열기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킨 데 이어 올해 5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분담금 예상액을 통지하기로 하는 등 재건축 사업단지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재건축 가능 연한을 늘리고 안전진단 규제까지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 가능 연한은 준공 후 30년이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14년 9월 재건축 가능 연한을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안전진단은 주택의 노후·불량 정도, 보수비용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으로 A~E등급 중 D(조건부 재건축)나 E(즉시 재건축)등급을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뜩이나 서울 강남에 공급되는 주택 수가 부족한데 재건축마저 위축되면 신규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규제하면 공급 부족을 더 부추겨 추가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도 “2014~2016년에는 서울에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이 많아서 집값 안정 효과가 있었는데 2017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집값의 고삐가 풀린 것”이라며 “정비사업 물량을 서울시와 협의해서 관리를 잘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