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근로 중복할증' 대법 공개변론] 기업들 속 타는데...근로시간 단축 입법 지지부진

대법 선고 먼저 나면 타격 커
근로단축 시행 유예기간 둬야

18일 열린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요구하는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의 상고심 공개변론에서 피고인 성남시 측 변호인들은 한목소리로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한탄했다. 휴일근로와 휴일근로수당의 개념을 명확히 가다듬으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대법원 선고가 먼저 나면 기업들은 즉각 7조원대 비용 부담이 발생하면서 수많은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입법을 통해 유예기간을 두고 산업현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기업들의 요구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가 정의당과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오는 4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남시 측 참고인으로 법정에 선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입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갑작스런 법원 판결로 이뤄진다면 기업의 생산차질 손해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창출되는 고용상 이익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유예기간을 두고 근로시간 단축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대법원 판결이 먼저 나면 90% 가까운 중소기업에서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와 구분한다. 이를 토대로 휴일근로수당은 휴일수당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가 되고 법정 근로시간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합해 1주일에 68시간이 된다는 게 기업들이 지켜온 정부 해석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와 같다고 본다. 그럼 휴일근로는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중복으로 수당을 가산, 통상임금의 200%를 수당으로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여야는 명확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조문을 고쳐 1주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못 박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하되 휴일수당 할증률을 현재의 50%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정의당과 노동계가 휴일수당 할증률을 100%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월 임시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소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19일 소위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 24일 열리는 노사정위원회 대표자 회의를 노조 측 대표들이 보이콧 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공개변론 뒤 2~3달 내로 전원합의체 열어 결론 낸다고 한 만큼 늦어도 4월18일까지는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 입장에서는 두 달만 가만히 있으면 대법원 판결 때문에 전 기업이 한꺼번에 근로시간 단축을 전면 시행하는데 애써 합의안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보고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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