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이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지난 1953년에 그린 ‘부부’에는 아내와 생이별한 자신의 처지와 함께 남북으로 갈린 민족의 화합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평창 문화올림픽 안내도
지난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은 올림픽이 구현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의 정수를 선보인 대회로 평가받는다. 올림픽 4년 전부터 시작된 문화올림픽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총 10만건 이상의 문화예술 행사가 열렸다. 2012년 런던 페스티벌 행사에만 2만5,000명의 각국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1,980만명이 이를 관람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날마다 문화가 있고 축제가 되는 문화올림픽’을 기치로 내걸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문화올림픽 계획에 따르면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문화ICT관’이 문화올림픽의 메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 1층에서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대표작 ‘거북’은 물론 김환기의 ‘무제’, 이중섭의 ‘부부’ 등 근현대를 대표하는 미술작품을 대회기간 동안 매일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이 중 평창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올림픽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부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중섭의 1953년작 ‘부부’는 푸른 날개의 수탉과 붉은 날개의 암탉이 입 맞추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위·아래에서 닿으려 애쓰는 모습이 둘의 절절한 마음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직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하던 시기에 제작된 그림이라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남북 분단상황을 은유하며 그를 극복하려는 희망과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중섭 개인적으로는 일본인 아내와 가난 탓에 생이별한 상황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일부 종목 남북 단일팀 합의 등 숨 가쁘게 돌아가는 북한과의 교류 움직임 속에 이중섭의 ‘부부’는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미술계는 보고 있다.
개·폐막식이 열리는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 위치한 문화ICT관은 연면적 2,600㎡의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개막식 당일인 오는 2월9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매일 2~3회씩 앙상블 공연도 펼쳐진다.
빙상 경기의 주 무대인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매일 오후 전문 아티스트의 퍼레이드쇼와 각종 거리예술공연이 펼쳐지며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릉 종합운동장 잔디광장은 매일 오후10시까지 아이스링크 등 동계스포츠 체험장으로 운영된다. K팝 콘서트도 이곳에서 열린다. 인근 강릉 아트센터는 오케스트라·뮤지컬·발레 공연의 장이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도 올림픽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문화올림픽 전체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https://www.pyeongchang2018.com/ko/culture/index)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상인·양준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