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거리를 점령했던 화장품 ‘브랜드숍(로드숍)’들이 H&B(헬스앤뷰티)스토어·신흥 뷰티 편집숍들의 확장세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형 마트에 자리 잡은 브랜드 매장을 3분 1의 가량 줄이는 업체도 등장했다. 여기에 숙련된 직원들이 브랜드숍을 떠나 H&B 등 뷰티 편집숍으로 옮겨가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한 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보길 원하면서 한 제품만 주로 선보이는 브랜드숍의 인기 추락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잇츠한불은 홈플러스 내에 입점한 자사 브랜드 ‘잇츠스킨’의 점포 60여 곳 가운데 20여 곳을 철수하기 위한 작업 중이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매출 부진 점포를 중심으로 비용 효율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잇츠한불은 최근 로드숍 가운데서도 매출이 적은 점포들을 줄이고 있다. 잇츠스킨의 국내 전체 매장 수는 지난 2016년 말 303개에서 지난해 3·4분기 291개로 감소했다. 잇츠스킨은 아예 H&B 스토어 전용 상품을 개발해 입점하는 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숍들도 H&B스토어 중심으로 뷰티 시장이 재편되면서 고민을 겪고 있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도 2016년말 기준 733개였던 매장이 지난해 말 약 700여개로 줄었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올해와 내년 1,009억원 가량을 투자해 국내외 신규 점포를 늘리고 기존 점포를 리뉴얼하는 계획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최근 3년 동안 매출 부진 매장을 지속적으로 정리해오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도 새로운 유통망 진출을 검토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목 좋은 상권에 H&B스토어 등이 자리잡고 있는 데다 화장품 시장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런 가운데 브랜드숍들은 인력난도 호소하고 있다. H&B 스토어 등에 숙련된 직원들을 빼앗기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브랜드숍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1~2시간 줄였다. 월급을 더 주는 H&B 스토어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반면 신흥 뷰티 편집숍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H&B 스토어 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롯데백화점 ‘라코스메띠끄’ 등이 확대 계획을 예고하고 있어 브랜드숍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