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고민 중인 거래소 폐쇄를 놓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방침 발표에 투자자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국무조정실은 거래소 폐쇄는 부처 간 조율을 거쳐 결정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도 살아 있는 옵션이라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폐쇄 찬성 측은 거래소 운영을 중지시키면 개인 간 거래로 전환하면서 과열이 진정되는 만큼 가격 폭락 시 투자자의 피해규모를 줄이려면 일시적 폐쇄 방안 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거래소를 폐쇄하면 자본의 해외유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가상화폐는 실물 없이 암호화 기술인 블록체인을 이용해 네트워크로 거래되는 디지털화폐다. 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의 한 단위당 가격은 2013년 1월 10만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2016년 말부터 중국 거액재산가의 재산도피, 일본의 내수 진작을 위한 적극적인 수용과 신고 대상 금융자산 제외 움직임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2,500만원대를 기록해 5년간 250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화폐 역할을 한다고 ‘코인’으로 불리지만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화폐의 가치저장 및 교환수단 기능은 취약하다.
가상화폐의 보안기술인 블록체인 응용 부문이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나 본격적으로 산업현장에 응용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함에도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럴듯한 새로운 발명품으로 포장돼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가 국제시세보다 40% 이상 높게 형성된 가상화폐 가격 급락 시 초래될 투자자 보호와 자금시장 정상화를 위해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현행대로 존치해야 할까. 만약 거래소가 폐쇄되면 매입자와 매도자를 직접 찾아야 해 시간과 비용이 들고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성 확인으로 체결이 지연된다. 그 결과 과열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도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열성투자자는 개인 대 개인 거래인 P2P를 이용하거나 해외 거래소로 이동해 자기 책임하에 하면 된다.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를 돌이켜보면 사용자들의 불편·불만을 감수하고 정부가 사전적 안전조치를 취했다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비트코인은 송금결제 기능이 있으나 다단계사업의 전형인 ‘폰지게임’을 적용했을 뿐 내재가치는 없다. 자체 수익모델은 없어 투기적 가격상승을 통해서만 보상한다. 가상화폐 발행회사는 자금조달 시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이더리움·리듐 등 가상화폐로만 받고 있어 가상화폐끼리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다. 잘 팔리지 않는 가상화폐는 고객 투자를 끌어오면 고금리를 약속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을 취한다. 비트코인 상위보유자 1%가 전체 88%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돼 담합에 의한 시세조종도 의심된다. 현재 비트코인 투자자의 80% 이상이 중국 측 자금에 의한 투자자라고 전해진다. 유동성이 좋은 국내 거래소가 외국인의 도피자금 출구로 이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미국 선물거래 상장, 이달 중 나스닥의 비트코인 선물 출시 계획 및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비트코인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서비스 준비 등을 들며 국내 비트코인의 제도화를 주장한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 및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도록 신상품 도입을 승인해왔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제도권 편입을 따라 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다.
가상화폐 가격 폭락 시 정부의 신속한 예방조치 지연으로 당할 투자자의 피해는 두고두고 이번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거래소 폐쇄로 미래 피해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전면중지가 어려우면 일정한 유예기간을 공표하고 순차적으로 중지할 수도 있다. 일시적 폐쇄 조치와 병행해 가상화폐 투자 위험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나가자. 궁극적으로 가상화폐는 화폐로 보기 어려우니 상품으로 규정해 과세하되 거래소의 불법자금 신고의무 강화, 실명거래 의무화, 자금세탁 방지 의무화 조치가 이뤄진 다음 거래소를 다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