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파문을 겪은 문화계는 언제부터인가 별생각 없이 웃기는 영화가 아닌 비리를 폭로하거나 과거사를 들춰내는 작품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넨다. 김상경 역시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 그러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정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영화에서처럼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산비리는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 때부터 있었던 것이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 작품을 보는 시선 또한 달라져선 안된다. 비리를 척결하는 데 있어서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겠냐”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는 단종된 항공기 부품이 버젓이 구매 리스트에 오르는 등 기상천외한 비리들이 등장해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탄압 또한 충격적이다. 이 역시 모두 김영수 소령 등 공익제보자들이 겪은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박대익 중령의 부인이 위협적인 전화를 받고, 아빠가 군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합니다. 이뿐 아니죠. 군의 인사 보복으로 인해 박대익 중령이 일반 사병과 같은 책상을 쓰게 되요. 이 모든 것들이 실제 인물 김영수 소령이 당한 일들이라고 합니다.”
김상경은 특유의 친화력과 솔직한 입담으로 그가 있는 어느 곳에서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기로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들의 이름을 다 외우려고 노력한다. 촬영 시작하면 딱 차에 명단을 붙여 놓고 무조건 촬영 5~10회 차에는 이름을 다 외워서 부르려고 노력한다. 이름을 불러야 가족 같고 친해진다. 한 번을 만나도 즐겁게 만나고 친근한 게 좋지 않나. 오늘은 기운이 좀 없는 편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막 신나게 인터뷰할지도 모른다.(웃음)”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