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에 겁먹지 말고 신기술 '호기심' 키워라

전문지식보다 '미래 비전' 중시
관련 동아리·스터디 통해 공부
금융 관련 자격증 따두면 좋아
시장 불안정…전망 확인은 필수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상화폐 투자 자체에 대해서는 투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투기에 대해서는 억제하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수차례 밝히면서 업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전망한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오는 2022년 3,562억원 규모다. 지난해 201억원 수준에서 6년 만에 17배 이상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시장의 잠재 가치가 높아지면서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인재 채용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올해 400명의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리서치 분석과 경영, 금융투자 전략, 법무, 상품 기획, 영업, 홍보, 마케팅, 웹디자인 등 거의 일반 기업에서 필요한 전반에 걸쳐 인력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위권 거래소 업체들만 올해 5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체인파트너스 등 다양한 기업들도 인력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구직자들의 관심 또한 매우 높다. 많은 구직자들이 신기술 기반 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걱정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관련 지식·기술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려운 용어에 겁먹지 마세요…열정과 창의력이 중요=핀테크, 암호화폐, 블록체인. 이름만 봐도 복잡해 보이고 실무 단위로 가면 더욱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인 만큼 당연히 기본적인 개념 이해는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기술 관련 지식을 모두 꿰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금융 산업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한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엔지니어 직종뿐 아니라 금융, 마케팅, 상품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창의성을 더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직 희망자들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 대학 동아리나 스터디 등을 통해 기본 지식을 쌓아두면 좋다. 기본적으로 금융과 관련이 깊은 만큼 기존의 금융 관련 자격증을 확보해두는 것도 무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분야인 만큼 사업 아이디어를 틈틈이 정리해 두는 것도 좋다. 빗썸은 오는 26일까지 핀테크 아이디어·사업 공모전을 진행해 입상자에게 채용 가산점을 줄 계획이다.

개발자·엔지니어들은 다른 영역보다 채용의 폭이 더 넓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보안’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인력 확보가 업체마다 시급해진 상황이다. 개발자의 경우는 역시 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자격증보다 기술 면접의 중요도가 높다”고 조언한다.

◇수평적 문화 ‘좋아요’, 업계 전망은 ‘신중히’= 일부 기업들은 높은 매출과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규모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가상화폐·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상당수는 스타트업 수준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근무 환경이나 고용 안정성은 많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사전 정보 탐색이 필수적이다.

이쪽 업계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다. 위계가 분명한 금융권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유분방한 정보기술(IT) 업계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모습이다. 대표를 비롯해 서로 ‘님’ 등 존칭으로 부르며 위계를 없애고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운영하는 곳이 많다. 창의성을 중시하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스톡옵션이나 식비·교육비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또 한 가지 염려해야 할 부분은 시장 자체에 대한 전망이다. 지금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나 국제 시장 현황에 따라 업계 변동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맞물려 시장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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