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 ‘슬기로운 감빵생활’ 정수정 “생애 첫 단발..신원호PD가 제안”

“오빠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깐 기죽지 말라고. 우린 다 오빠 편이야.”

에프엑스 크리스탈이 아닌 배우 정수정으로서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이십대 중반 나이에 만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이 그에게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이번 작품으로 정수정은 연기의 맛을 알게 됐고, 더 깊어졌다.

정수정(크리스탈) /사진=SM엔터테인먼트


감옥을 배경으로 한다는 이유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칙칙할 거란 예상은 정수정에 의해 확 뒤바뀌었다. 그는 밝고 쾌활한 기본 성격부터 전 남자친구 제혁의 감방살이를 누구보다 걱정하고 슬퍼하는 지호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펼쳐보였다. 감방이라는 미지의 공간 속을 그리던 ‘슬빵’은 제혁-지호 커플 장면에서 전환과 공감을 선사했다.

정수정은 해맑게 웃기도, 초조해하기도, 오열하기도 하면서 지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한 작품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연기하는 그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그만큼 연기에 많은 고민도 따랐다.

정수정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시작하며 “(종영하면)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포상휴가 얘기가 나오자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같이 가면 너무 좋겠다. 그 얘기가 있기 전부터 우리끼리 김칫국 마시는 것 같다고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 그러다 결국 2월 5일 괌에 간다고 하더라”며 덩달아 뿌듯해했다.

정수정(크리스탈) /사진=SM엔터테인먼트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의 최신작. 정수정은 “‘응팔’을 봤다”며 신원호 PD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너무 재미있어서 누구든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었을 거다. 나 또한 그랬다. 처음 미팅을 했을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을 비우고 갔다. 막상 캐스팅이 됐다고 하니 되게 얼떨떨하더라. 어쨌든 감독님이 저에게 한 캐릭터를 주고 책임을 주셔서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고민이 있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감독님께 고민을 얘기하면 심플하게 해결해 주셨다. ‘믿고 가야겠다’ 생각했다. 왜 모두들 감독님이랑 같이 작업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다.”

신원호 PD는 정수정의 어떤 면에 이끌려 지호 역으로 캐스팅을 결정했을까. “감독님께서 저를 처음 보고 잘 웃는다고 하시더라. 감독님께서 제게 있던 고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주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머리 자르는 것도 먼저 제안하셨다. 나야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는 게 좋으니까 단발로 자르고 밝게 연기해보려 했다. 나는 평생 단발이었던 적이 없었다. 이번이 생애 첫 단발 이었다. 이 기회가 아니면 머리를 안자를 것 같았다. 막상 자르니 지호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오히려 긴 머리면 지호 같지 않았을 것 같다.”

정수정은 드라마가 큰 화제와 호평을 받은 것에 대해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드라마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만족감이 있었다. 당연히 반응도 좋아서 기분이 좋다. 촬영 현장도 분위기가 좋았다.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정수정(크리스탈) /사진=SM엔터테인먼트


촬영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는지 묻자 “힘든 건 없었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걱정이 많았다. 내가 혼자 고민했던 부분도 현장에 가면 해결됐다. 감독님께서 너무 편안하게 해주셔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으로 맞춰주셨기 때문이다. 걱정했던 신도 예상 외로 너무 편안하게 연기했다”며 “제일 기억에 남는 게, 2화에서 제혁 오빠가 감방 생활을 하기로 결정 나고 내가 울면서 화내고 욕하는 장면이다. 그 신이 연습할 때도 잘 안 돼서 걱정을 많이 했다. (박)해수 오빠한테도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환경의 영향을 너무 잘 받았다. 죄수복을 입고 있는 오빠의 모습, 접견실이 너무나 실제처럼 느껴졌다. 완벽하게 빨려들어가 몰입이 됐다고 느낀 게 그 장면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극 중 제혁과 지호는 이미 한 번 사귀었다가 헤어진 연인으로 나왔다. 제혁이 수감되고 난 후 지호가 접견하러 오면서 다시 감정이 싹텄지만, 제혁은 자신 때문에 마음 쓰는 지호를 위해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매몰차게 대했다. 이 때 정수정은 가장 많은 눈물과 감정연기를 펼쳤다. “감정신은 누구에게나 다 스트레스인 것 같다. 선배 분들과도 고민을 많이 나눴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호에 몰입이 바로 되더라. 연기하면서 스스로 처음 겪는 일이 신기했다. 그 때 마음이 진짜로 너무 아팠다. 진짜로 무언가가 올라오더라. 이게 선배님들이 얘기하신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인가 싶었다. 연기가 이제 재미있게 느껴지더라. 연기에 욕심이 생겼다.”

정수정은 이번 작품에서 키스신도 사리지 않고 모두 소화했다. 과거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장면에서 박해수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모습에 대해 “해수 오빠도 저도 실제 연인 같은 키스신은 처음이어서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한 번 하고나니 편해지더라. 처음에는 NG도 자주 났는데 그 다음부터는 한 방에 촬영할 수 있었다”며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실제 연애관은 어떨까. 그도 제혁-지호에 공감했다. “지호랑 제혁이는 서로에게만 얽혀있고 좋아한다. 되게 깊은 사이이고 서로만 바라본다. 나 또한 그런 것 같다. 진득함이 있는 걸 좋아한다. 헤어질 때 지호가 하는 대사는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봤을 법한 대사일 거다. 스태프들도 ‘다 내 얘기 같아’라고 하더라.”

정수정(크리스탈) /사진=SM엔터테인먼트


‘슬빵’을 하며 배우들과 새로운 인맥이 쌓이지 않았냐고 묻자 “우리 드라마에 특히 출연진이 많아서 회식자리에서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런 세상도 있구나’를 많이 느꼈다. 그걸 듣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더라. 간접경험을 많이 하게 됐다. 내가 집순이어서 그런 부분이 필요했다”며 “임화영 언니랑 친해졌다. 언니가 너무 좋다.(웃음) 우리팀은 사석에서도 자주 보고 가까워졌다. 해롱이 오빠도(이규형)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팀워크를 자랑했다.

아직은 아이돌로서의 활동시간이 더 길었던 만큼 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을 더 크게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제 연기에 발을 붙인 그는 가수와 배우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느꼈을까. “가수 활동을 할 때는 3분짜리 노래를 백 번 천 번 연습하고 그대로 짜인 결과물을 보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연기는 날것의 느낌이 있다. 연기는 혼자서 해야 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되게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모르는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 게 다른 점인 것 같다.”

정수정은 스스로 어느 정도 슬기롭다고 생각할까. “솔직히 모든 사람이 자기 고민은 잘 못 해결하고 남의 고민은 잘 해결해주지 않나. 내 고민을 고민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고민이 있으면 정리를 시켜주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지호와 60~70% 정도 비슷한 것 같다. 지호가 밝은 데 나도 밝다고 생각한다.(웃음) 사소한 것들이 닮은 것 같다.”

배우로 거듭난 정수정에게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대단한 것부터 하기보다 늘 천천히 밟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분량이 적어도 캐릭터와 작품이 좋으면 기꺼이 하고 싶다. 다양한 걸 많이 해보고 싶다. 영화도 욕심난다. 단편 영화를 콜라보로 한 적도 있는데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 주위 선배들도 영화 찍는 걸 좋게 얘기해주셔서 관심이 간다.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HER’를 제일 좋아하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도 좋아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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