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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치면서 1,000만명에 이르는 국내 애견인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김씨처럼 동물병원을 찾는 견주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애견카페 주인들은 손님이 끊겨 속을 태우는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의 한 동물병원은 초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된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방문한 반려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었다. 윤성환 한국동물병원 원장은 “미국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때 애견이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는 결과도 있다”며 “반려견들을 가급적 집안에 둬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의학계에 따르면 반려견이 초미세먼지 속 황산염·질산염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면 결막염·각막염·호흡기질환·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령 반려견의 경우 심장이 약해 초미세먼지에 더욱 취약하다.
이처럼 초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이 반려견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면서 애견카페 등 애견업소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마포구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미세먼지 때문에 견주들이 아예 바깥활동 자체를 꺼려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애견인들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반려견들이 산책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체중 28㎏인 골든리트리버를 키우는 직장인 박지영(가명)씨는 최근 초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밤잠을 설친다. 반려견이 밤12시만 되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녀서다. 박씨는 “반려견 덩치가 커 밖에서 산책하면서 배변하는 훈련을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산책하러 못 나가다 보니 밤마다 난리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산책이 중요한 만큼 실내에서라도 반려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의 이혜원 박사는 “개들은 산책할 때 냄새를 맡고 추적하면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한다”며 “집안에서라도 물건이나 간식을 찾아오게 하는 등 활동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견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우인·이재명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