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환경보호·경제성장 '아름다운 동행'이 필요해

■자연자본
제프리 힐 지음, 여문책 펴냄
자연, 대체 불가능 '자본재'로 인식
오염유발자에 부담금 부여 등
경제활동 비용에 포함시킨다면
지속가능 성장 가능해질 것

중국발 스모그로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합뉴스
희뿌연 하늘 아래 따끔거리는 목을 움켜쥐고 있다 보면 자연스레 분통이 터지는 요즘이다. 중국발 스모그가 유입되면서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탓이다. 앞서 서울시가 두 차례 시행한 대중교통 무료 운행 조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거세다. 미세먼지는 중국 옆에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대표적인 ‘외부불경제’(한 개인의 행동이 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입히는데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행위)인데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겠다고 세금 50억원을 들여 자가용 운행을 줄이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혈세 낭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외부효과를 세금이나 보조금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 아서 세실 피구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경제행위의 주체가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이 외부비용을 포함한 전체 비용보다 낮을 경우 외부비용만큼의 세금을 부과해 실질 비용을 증가시켜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 세금을 부과할 권리가 없으므로 국제사회를 통해 중국 정부가 오염자에게 외부비용의 부담을 지우고 공유자원 소진을 제한하도록 세제와 규제를 신설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구체적인 대책이 되겠다. 국내로만 한정한다면 대중교통 요금을 제하는 대신 개인 차량을 운행하거나 공장에서 배기가스를 내뿜는 기업에 세금을 거두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 개입 없이 협상을 통해 외부효과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로널드 코스는 한국이 중국에 미세먼지 피해 보상을 요구하든, 중국이 스스로 대기 질 개선을 위해 투자하게 하든 협상을 통해 중재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총량 제한 배출권거래제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피구와 코스의 이론대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경제적 피해 규모가 정확하게 산정돼야 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대기오염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에 이르면 다자가 모여 각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협상안을 마련하기까지 중재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엄청날 수 있다. 환경경제학자인 제프리 힐 미국 컬럼비아대학 석좌교수가 ‘자연자본’이라는 개념을 꺼내 든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경제모델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자본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 환경변화를 야기하는 경제활동을 비용에 편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라별 경제 규모와 성장률을 산정할 때, 산업의 파급효과를 책정할 때 자연을 대체 불가능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본재로 인식하는 것이 첫 단추라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45억톤의 비료 중 20억톤이 바다로 모여드는데 바다의 죽음이 낳는 외부비용은 어부나 관광업자는 물론 자연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유엔이 추산한 산림 훼손과 남벌의 외부비용은 해마다 2조~4조5,000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의 공장형 축산으로 배출되는 연간 5억톤의 폐기물이 지하수와 공기를 오염시키며 일으키는 외부효과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의 확산, 위험한 먹거리의 전 세계 수출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외부비용은 GDP(국내총생산)에 산정되지 않는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 지표는 NDP(국내순생산)다. 해마다 감소하는 석유 매장량, 생물다양성 등 자연자본의 감가상각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의 장기적인 생산 잠재력을 포착할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경제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는 경제적 성장과 충돌하는 게 아니고 경제적 성장을 가져온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고 자연자본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제시한 또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은 ‘오염자가 오염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하자’는 원칙만으로 환경 보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부는 세수를 늘리는 동시에, 그 수익으로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사회보장에 이용할 수 있고 정부의 비대화나 세금 인상을 우려하는 보수층의 정치적 저항이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소중하다’ ‘잘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자’류의 감상적인 구호를 벗어나 환경문제를 철저하게 경제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대책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공해와 온실가스, 수산자원의 남획 등을 방관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대차대조표를 꺼내놓을 때다. 1만8,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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