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오는 3월까지 구조조정 대상 기업 가운데 정상화 가능성이 높을 경우 신규 자금 지원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워크아웃 기업에 새로 신용을 공여할 경우 우선변제권이 주어지는 만큼 기존 대출보다 자산 건전성이 높게 분류돼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든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기존에는 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에 투입하는 자금을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위험)으로 분류했지만 앞으로 정상이나 요주의로 상향하게 되면 은행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보·보증대출 위주의 중소기업 대출도 신용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금융 당국은 이를 위해 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할 때 경영관리 부문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을 신설하고 별도의 평가 가중치(5%)를 두기로 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상호금융의 기업대출도 늘릴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부동산·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에 속하지 않은 법인대출에 대해 은행이나 저축은행 수준으로 충당금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계거래소’ 등을 통해 가격평가 및 처분이 쉬운 기계설비는 ‘적격담보’로 인정한다. 기계설비는 전체 동산담보대출(약 2,300억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커진 상황에서 기업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정리돼야 할 한계기업의 수명만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계기업 수는 3,126개로 2012년(2,794개) 대비 약 12% 늘었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9월 0.58%에서 10월 0.65%, 11월 0.67%로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실화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기업경기 악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자금 공급 증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현재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2014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하락했다. 이 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 이하면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도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전망이 좋은 기업에는 당연히 대출을 해주지 않겠느냐”면서 “금융 정책을 통해 기업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생산성이 좋은 기업이 늘어나 자금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범정부적인 정책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