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영양읍 양구리 풍력발전단지 조성공사 현장. 전체 풍력발전기 22기(총 발전용량 75.9㎿) 가운데 16~22호기 구간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대구지방환경청이 공사중단 명령을 해달라고 공사 승인기관인 영양군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청은 비탈면 관리 부적정과 법정보호종인 수리부엉이(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발견에 따른 후속조치 미흡, 풍력발전기 가동에 따른 저주파음 모니터링 미실시 등을 공사 중단 이유로 들었다. 공사중단 명령 이전에도 이곳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 조성으로 사람도 동물도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며 공사중단과 사업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영양군청 관계자는 “1~15호기 구간은 공사중지 명령 사유가 해소돼 공사가 일부 재개했으나 16호기 이후는 아직도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민원 때문에 이미 허가가 났거나 진행 중인 풍력단지를 제외하고 신규 사업은 불허한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 총 7%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환경파괴 등을 주장하는 주민과 갈등이 속출, 사업이 좌초되거나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필연적인 만큼 난개발 보완책과 입지 문제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북도와 괴산군에 따르면 Y사 등 3개사가 괴산군 청천면 대티리에 추진중인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사업이 주민 반대 등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인허가가 보류됐다. 지난 6월 괴산군으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Y사 등은 2019년 9월까지 이 일대 7만㎡에 2,993㎾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 건립부지는 집중 호우시 산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전자파 등으로 농작물 피해도 우려된다”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또 S사가 인근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마을 뒷산 99만㎡에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56㎿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사업도 주민간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에서도 대규모 태양광 시설 설치 움직임에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말 축구장 넓이의 두 배 이상인 1만6,500여㎡에 태양광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기반공사가 시작되면서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동면 팔랑리에는 최근 3년간 총 66건, 8,984㎾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가 이뤄졌다. 주민들은 특히 지난 40년간 군부대 사격장으로 인해 불편과 고통 속에 살아왔는데 또 다른 집단 시설이 마을의 주택 인근에 설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에 따라 민원이 덜한 바다로 눈을 돌려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전남 신안군은 국내 해상풍력 최적지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전기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해, 농작물과 수산자원 어업에 대한 피해 등을 이유로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무조건 반대’에 나서면서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의 경우 2015년 이후 산업부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업체는 압해 2곳, 증도 1곳, 장산 1곳 등 4곳(시설용량 123MW)이지만 현재까지 개발행위 등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4곳 중 1곳은 개발행위가 지연되자 발전사업허가를 자진 반납까지 한 상태다.
전남의 한 풍력발전사업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사실상 자치단체장의 의중이 중요한 데 민원이 발생하면 반대하는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행정소송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태양광 3.3GW, 풍력 2.5GW, 조류 0.3GW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6.1GW까지 선제적으로 확대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외에도 도시계획·환경영향평가·산지법 등 각 개별법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시·군별로 표준화된 입지 기준이 없다”며 “입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양=손성락기자, 괴산=박희윤 기자, 신안=김선덕 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