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의 집과 사람]1970년 강남 vs 2018년 강남

5개 저밀도지구 집값 폭등 기폭제
노후 아파트 정비 개발시즌2 열려
정부 보유세 등 규제 검토하지만
단기 처방일뿐…긴호흡 대책 시급

1970년 11월, 서울시는 영동지구 일대 837만평에 60만명을 수용하는 신시가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배나무와 채소, 화초를 키워 강북에 공급하던 동네, 강남 개발이 첫발을 떼는 순간이었다.

1980년대 후반 개발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면서 강남은 강북을 대체하는 주거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강남·북간 집값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 이후 전반적인 집값이 안정세를 보인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집값 폭락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 집값이 주변부와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그러면 2000년대 초 강남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강남 집값 급등의 도화선은 바로 5개저밀도 지구다. 잠실, 반포, 청담·도곡, 암사·명일, 화곡지구 일대 5만여 가구의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강남에는 30여년 만에 거대한 개발의 열풍이 몰아쳤다. 재건축 과정에서 100%를 밑돌던 기존 단지들의 용적률은 많게는 300%로 치솟았다. 개발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곧 토지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용 40~50㎡ 안팎의 낡은 서민용 소형 아파트촌이 다양한 편의시설까지 갖춘 고층의 고급 주거지로 변모하는 질적 변화까지 더해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후 강남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진 2008년에도 큰 흔들림 없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강남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내구연한이 끝나가며 정비가 불가피해진 노후 중·저층 아파트들이다. 5개 저밀도 지구 이후 20여 년 동안 강남에서는 신축 대신 노후 주거단지 정비로 형식을 바꾼 ‘개발 시즌2’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 들어서도 강남 집값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의 규제도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 수장들이 보유세 강화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선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주말 관련 법안을 직접 발의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토부는 지난해 말로 유예가 종료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으로 강남·서초 ·송파·강동 등 ‘강남4구’의 주요 20개 단지의 경우 가구당 평균 3억7,000만원의 부담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내놓았다. 보유세 인상과 초과이익 부담금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강남권 집값을 진정시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강남권의 개발 압력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30년 안팎인 기존 노후 아파트의 정비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다. 지금은 단기 집값 안정책 못지 않게 보다 긴 호흡의 강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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