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지킵시다]출퇴근길 지하철, 서로 밀쳐도 "…"

②공공장소 에티켓은 기본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 말 인색
"작은 표현이 신뢰회복으로" 지적

서울 광진구에서 신도림으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김모(30)씨는 거의 매일 불쾌한 경험을 한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마다 자신을 밀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쁜 시간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람을 밀쳐 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스쳐 가는 사람들을 보면 당황스럽다”며 “실례한다거나 죄송하다는 말만 해도 마음이 훨씬 편할 텐데 오히려 어쩌라는 식으로 쳐다볼 때는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리거나 탈 때, 엘리베이터에 뒤늦게 탔을 때, 앞서 가는 사람이 문을 잡아줬을 때 ‘실레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인색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거나 자신을 위해 호의를 베풀어줬을 때 그에 적당한 말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는 것에 어색한 문화가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방현주(31)씨는 얼마 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한 중년 여성이 길을 물어보자 직접 약도를 보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줬는데 이 여성은 ‘고맙다’는 말없이 “아, 그래요”라고 말하고는 가던 길을 가버렸던 것이다. 방씨는 “서구권에 여행을 가보면 ‘고맙다’ ‘미안하다’ ‘실례합니다’ 같은 말들을 일상에서 하고 듣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말들에 너무 인색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작은 표현들은 사회의 활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강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올 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식당 종사자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활력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작은 표현들로 인해 자신이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는 사회적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등 가족 관계에서부터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우인·서종갑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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