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나눔사다리 ⑤·끝] 셰어하우스 ‘우주’ 김정현 대표 "주거빈곤 내몰린 청년들 고민 덜어주고 싶었죠"

여러 입주자가 주거공간 공유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환경 제공
청년 400여명에 보금자리 마련
저가 보청기 이어 사회공헌 나서



김정현 대표 /사진제공=우주


“힘들고 지친 청년들에게 방 하나 구하기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쉴 수 있는 싸고 따뜻한 주거공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사회적기업 우주의 김정현(32·사진) 대표는 청년들의 고민 하나를 덜 수 있는 방법으로 셰어하우스 사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는 단독주택·아파트·빌라 등을 빌려 여러 입주자가 방·침실은 각자 사용하고 거실·화장실 등을 함께 쓰는 공유 주거 형태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우주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돈 없는 대학생·사회초년생들이 도심에서도 합리적 가격에 쾌적한 공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주거빈곤 해결에 일조하는 게 회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옥 한 채를 빌려 ‘1호’ 셰어하우스를 열었다. 아파트 등을 위탁임대하거나 장기 운영관리, 건물 직접매입 등 방식으로 지금껏 서울에 마련한 셰어하우스는 총 93곳에 이른다. 현재 머물고 있는 청년들은 400여명 정도. 위탁임대·매입 후 젊은 층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홍익대 주변 등 역세권이나 선호지역도 많아 집을 구하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방 하나에 보증금 100만원, 월세 40만원 정도다. 인기 지역도 50만원 선으로 인근 시세에 비해 저렴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안전하고 깨끗한 공간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더 많이 찾는 편”이라며 “보통 6개월 계약을 맺는데 만족도가 높아 2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입주자 제약은 있다. 만 35세 미만으로 공동 생활에 적합해야 한다. 공동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화장실 청소 순번 등 생활규약을 아예 회사가 정해놓았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사생활이 완전히 보장될 수 없고 각자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다 보면 사소한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는 임대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운영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방 여러 개로 쪼개 월세를 받는 만큼 집 한 채를 임대하는 것보다 수익이 늘어난다. 김 대표는 “일부는 월세가 기대만큼 싸지 않다고도 말하지만 회사의 개축 및 운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만족스러운 주거 질을 보장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사회문제 해결에 뜻을 둔 것은 우주가 두 번째다. 그는 이미 2010년 사회적기업 딜라이트를 창업해 이른바 ‘반의 반 값 보청기’로 화제를 모았다. 저가 보청기 회사 운영을 이어갈 수 없었던 김 대표는 딜라이트를 대원제약에 40억원에 매각했고 다시 사회 약자들의 고민 해결과 창업 아이템으로 찾은 것 중 하나가 셰어하우스다.

김 대표는 셰어하우스처럼 대안적 주거공간이 늘어나야 주거빈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정부가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 실수요자에게 더 빨리 주택을 공급하고 예산 효율성도 높이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우주의 셰어하우스 운영 노하우를 민간 사업자들과 공유해 수익을 올리고 더 많은 주거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며 “청년들이 주거 고민을 더는 새해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김정현 대표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