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풍력발전 계열사 드윈드 내 풍력발전단지를 미국의 한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금액은 약 15억원이다. 지난 2009년 1,400억여원을 주고 인수했던 회사를 100분의1 정도의 투자금만 건진 채 넘기게 된 것이다.
매각 이후 드윈드에 남는 풍력발전 생산시설은 시장가치가 거의 없다고 판단해 청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대우조선에 남아있는 풍력 관련 자회사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
대우조선의 이번 매각은 인수 당시의 기대와 달리 적자만 쌓이는 풍력 사업을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만 하더라도 풍력발전 사업은 국내 조선사에 미래 먹거리로 여겨졌다. 풍력발전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최고 수혜업종으로 선박 프로펠러 기술을 보유한 조선사가 진입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조선은 금융위기 이후 한풀 꺾인 선박 발주세에 고심하던 차에 풍력을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이 분야로 진출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세계시장 15%를 차지하는 세계 3위권의 풍력 설비업체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하지만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풍력발전의 경우 대형 기자재 설치와 대규모 부지 확보에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가 관련 투자를 줄였고 풍력발전 발주도 자연스레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유가마저 꺾여 신재생에너지 수요 성장세도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드윈드도 인수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9년 인수 첫해 41억원의 순손실(연결 기준)을 낸 후 매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2016년에는 손실 규모가 1,061억원으로 불었다. 매각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미 풍력발전단지 운용이나 풍력발전기기 생산은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며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더 끌지 말고 청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부에선 어떻게든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풍력발전 사업에 동반 진출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마저 관련 계열사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신사업이 공중분해되는 데 대한 아쉬움이 흘러나온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조선업 자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비핵심 분야의 투자를 접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저가 노동력으로 무장한 해외 업체들이 국내 조선소 영역을 잠식해오고 있는 상황이라 미래 먹거리가 무산된 게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