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결제 차단했지만...고객 반발 우려에 전전긍긍

카드 업계가 정부의 가상화폐 투기 근절 방침에 따라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결제 차단에 나섰지만 고객들의 집단 반발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롯데·신한카드 등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20곳에서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차단에 들어갔다. 국민카드 등 나머지 카드사들도 이번주 중 차단을 완료할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는 “현재는 20개 대표 거래소만 차단했으나 개별 카드사들이 추가로 파악한 거래소 정보를 확인하고 공유할 예정”이라면서 “차단 거래소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는 7,000여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에 이어 해외 거래소에서도 카드결제를 통한 가상화폐 구입이 불가능해진다. 앞서 일부 카드사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카드로 가상화폐를 살 수 있도록 했지만 정부가 ‘카드깡’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해 지난해 9월 관련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가상화폐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방침에 따른 것이지만 카드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 결제 금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만에 하나 고객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페이팔 등 해외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한 우회 결제가 가능해 해외 거래소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기도 어려워 실효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한은행이 실명계좌 서비스 도입을 잠정 연기하자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것을 목격했기에 카드사들이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 “민원을 우려해 해외 거래소 결제 차단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일제히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10일 기획재정부는 여신협회에서 국내 카드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결제 차단을 권고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상계좌 개설이 막힌 데 따라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내와 달리 해외 거래소는 신용카드로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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