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방' 여관서 방화로 참극...낡은 건물 안전 대책 시급

종로여관 사망 6명·부상 4명
새벽시간대 범행 화 키워

인화성물질을 이용한 방화에 노후화된 건물과 안전불감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울 여관 방화사건은 사망자 6명 포함 사상자 10명이라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21일 소방방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새벽 3시 서울 종로구 2층짜리 서울장여관 방화사건은 정문에서 불이 났음에도 건물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여관 후문은 투숙객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데다 그 주변은 철제·벽돌 담장 등으로 막혀 있어 대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옥상에는 샌드위치 패널로 된 가건물이 있었는데 이곳은 이불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며 막혀있었다.

노후 건물이었다는 것도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여관은 지난 1964년에 사용승인이 난 건물로 지은 지 54년이 됐다. 게다가 나무로 만들어진 객실 출입문과 이불 등 가연성 물질이 건물 내에 많았지만 해당 여관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래된 건물에 대한 안전관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숙객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대에 인화성물질을 이용해 불을 지른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범인인 유모(53)씨가 범행에 휘발유를 사용하면서 화마와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졌다는 설명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대부분 사망자의 사인이 질식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술에 취한 채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지만 여관 주인이 이를 거부하자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와 여관 출입구 등을 중심으로 불을 질렀다. 법원은 이날 유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해자들 중에는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온 세 모녀가 포함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들은 박모(34)씨와 14세·11세 딸로, 지난 15일 전남에 있는 집을 떠나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모(54)씨가 21일 숨져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현재 중태인 피해자들이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서울장여관은 보증금 없이 저렴한 선불로 내는 ‘달방’으로 운영 중이다. 장기 투숙비는 하루 평균 1만5,000원 정도로 피해자 중에는 2년 이상 장기투숙객도 있다. /서종갑·오지현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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