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마련된 ‘카페꼼마’.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사진제공=롯데하이마트
온라인 쇼핑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사상 최초로 7조 원을 돌파했다. 연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7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90조 원, 내년 10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성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유통업계에 고민을 안겨다 주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롯데하이마트(071840)가 경기도 구리시에 오픈 한 옴니스토어 구리역점이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국내 가전 유통업계로는 최초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스토어’를 방문해 봤다. 이 점포는 기존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을 리뉴얼해 만들었다.
1층에 마련된 ‘옴니 존’. 11대의 태블릿 PC를 통해 약 8만여종의 상품을 구경하고 결제할 수 있다./사진제공=롯데하이마트
◇매장 안에 카페…제품 구경하고 결제하는 ‘옴니 존’ = 1,320㎡ 규모의 구리역점은 일반 가전매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우선 1층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카페였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면 책장에는 에세이부터 소설, 인문학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사다리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기자가 방문할 당시 50명 가량이 앉을 수 있는 카페에는 하이마트에서 보기 어려운 20대 커플, 가족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좌석 밑에는 콘센트도 비치돼 핸드폰 충전이나 노트북 사용을 원하는 고객들을 배려했다. 매장 직원은 “리뉴얼 후 하이마트의 주 고객층인 4050 주부 뿐 아니라 2030 고객들이 카페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 앉아 둘러보니 1층 중앙에 11개의 태블릿이 설치된 ‘옴니 존’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태블릿 PC를 통해 매장에 구비된 2,500개 상품을 합쳐 총 8만 가지의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결제도 직접 카드리더기로 결제할 수 있어 인터넷이나 모바일앱으로 결제할 때 겪는 불편함을 크게 줄였다. 혹시라도 매장 직원의 상품 설명이 듣고 싶으면 직원 호출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주문자 정보에 핸드폰 번호를 적고 결제하니 모니터에 ‘준비중’에 번호가 뜨고 상품이 모두 준비되면 ‘준비 완료’ 창에 번호가 뜬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옴니 존을 통해 ‘보풀 제거기’를 구매한 엄선자(50대)씨는 “태블릿을 통해 다양한 보풀 제거기를 한눈에 살펴보고 그 가운데 좋은 제품을 점원의 추천을 받아 구입해 보니 매우 편리했다”고 말했다.
2층의 제품 진열대. 커피 머신 등 커피 관련 제품들과 함께 이에 어울리는 세계문학전집을 함께 배치했다./변수연기자
◇ 가전 양판점이 아닌 ‘느낌 있는’ 라이프스타일숍 = 2층으로 올라가 보니 1층보다 더 ‘휴식’에 방점이 찍힌 라이프스타일 숍 같았다. 널찍한 소파를 들여놨고 정면 서가에는 에세이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비치했다. 조명도 기존의 하얀 형광등 조명이 아닌 조도가 낮은 핀 조명을 썼다. 특히 2층 매장에서 돋보인 것은 책장으로 공간을 나눠 놓았다는 점이다. 기존 하이마트 매장에 들어서면 널찍한 평야 같은 넓은 매장에 각종 제품들을 빽빽하게 들여놓기만 했었는데 옴니스토어는 벽을 세워 제품별로 공간을 나눴다. 마치 제품별로 ‘방’이 생긴 느낌이었다.
에어컨, 냉장고, TV 등 제품별로 구획을 나누고 벽면은 책장 콘셉트로 꾸며 제품 뿐 아니라 제품과 어울리는 책을 함께 배치하는 ‘복합 MD’ 방식을 사용했다. 커피 머신 옆에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배치하고, 남성들이 주로 구매하는 전자식 키보드 옆에 ‘4차 산업혁명’ 등의 서적을 배치하는 식이다. 해당 책들은 모두 1층 카페꼼마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품들이 들어가 있는 방을 드나들며 제품을 구경하는 동안 점원은 보이지 않았다. 리뉴얼 전과 비교해 점원의 수는 그대로지만 시선이 닿는 곳에 점원이 없어 구경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점원도 고객의 요청이 있기 전까진 다가오지 않는다. 고객과 점원의 접촉을 최소화한 ‘언택트 마케팅’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옴니 스토어를 만들면서 고민도 많았다. 고객 휴식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전시하는 제품의 가짓수를 크게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구리역점이 기존에 취급했던 상품의 가짓수는 4,700여 개로 리뉴얼 후 2,500개로 절반 가량 줄었다. 상품 가짓수를 줄이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프리미엄 가전 위주로 배치했고 덕분에 구매 객단가가 리뉴얼 전보다 높아지면서 ‘효율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창고에도 이동식 선반을 둬 공간의 효율화 뿐 아니라 물건을 찾는 시간도 줄였다.
새로운 시도로 고객들의 호기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롯데하이마트 옴니스토어 구리역점의 경우 공식 오픈 후 14일간(1월 5~18일) 방문한 고객 수는 오픈 직전 2주(12/22~1/4)기간 보다 약 50% 정도 늘었다.
제품 진열대. 전자식 가격표가 눈에 띈다./변수연기자
◇온·오프라인 연계에 힘쓰는 유통업계 = 하이마트 옴니스토어는 이번 구리역점을 시작으로 옴니스토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마트의 옴니 매출은 2016년 1,350억 원에서 지난해 6,100억 원으로 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3%에서 지난해 14%로 확대됐다. 하이마트는 2021년까지 오프라인 매출과 옴니ㆍ온라인 매출 비중을 5대5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양판점 등 전통 오프라인 사업자는 스마트 쇼핑 기술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선보이며 채널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자는 신선식품, 생필품, 무형 서비스 상품으로 취급 상품군을 무한 확대하며 유통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험형 매장 확산, O2O 서비스 확장, AI 기반의 신 기술 적용 등이 그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갈수록 허물어 지면서 이제 두 곳의 장점을 결합하는 추세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