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재진 "남북 단일팀, 나쁜 선례로 남을 수도"

男아이스하키 미디어데이
백지선 감독 "단일팀 시각 다양
최선의 경기 펼칠 전술 찾을 것"

22일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미디어데이. 남자팀을 위한 자리였지만 여자 대표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승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이 이틀 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IOC는 단일팀에 한해 대회 엔트리를 35명으로 12명이나 늘렸다. 이 12명은 모두 북한 선수. 이 중 3명을 매 경기 출전시키는 것으로 남북 대표단과 IOC는 합의를 봤다. 우리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우리 선수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또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북한 선수로 어떻게 전술을 짤지도 막막하다.


남녀 대표팀 총괄 디렉터이기도 한 백지선 남자 대표팀 감독은 이날 “단일팀을 보는 시각은 다양할 것이다. 선수들 시각과 정부·국민의 시각이 다 다를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단일팀으로 최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러 머리 여자 대표팀 감독과는 항상 대화를 나누는데 그는 아주 강한 여성이며 대표팀도 매우 강하게 만들어왔다. 이 문제 또한 잘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본다”며 “여자팀은 머리가 지휘하는 팀이다. 그가 충분히 잘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수 남자 대표팀 코치는 “지난 몇 주간 한국 아이스하키에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남자팀 훈련에까지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브루스 버그룬드 칼빈대 교수는 “엔트리 전체가 팀으로 움직이고 계획에 따라 포지션에 배정하는 게 아이스하키다. 북한 선수 중 한국 선수보다 정말 잘하는 선수가 온다고 가정하더라도 전력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스하키 관련 서적을 집필할 예정인 그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행사에는 외국 취재진도 참석했다. 독일 바이에른방송의 프랭크 홀만 기자는 남북 단일팀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정치적인 입장에서는 이해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비극이다. 올림픽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어왔을 텐데 일부는 무대 뒤로 밀리게 됐다. 그들과 감독이 느낄 실망감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을 3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의 모든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모르는 선수를 팀에 넣는 것은 큰 핸디캡이며 팀 케미스트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며 큰 희생”이라며 “여자팀은 메달권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이런 방식은 나중에 다른 나라에서도 (엔트리 확대 등) 똑같은 요구를 할 수 있기에 나쁜 선례로 남을지 모른다”고 했다.

/진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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