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마사이족의 권리찾기

몇 해 전 국내에 걷기 열풍을 타고 ‘마사이 워킹’이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걸음걸이처럼 관절의 모든 부분을 고르게 사용하면 무릎과 허리의 충격을 감소시켜 관절염이나 디스크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마사이족 출신의 데이비드 루디샤가 부친에 이어 세계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사실도 한몫했다. 당시 맨발로 달리는 마사이 마라톤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마사이 워킹을 본떠 바닥이 둥근 독특한 모양의 신발이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케냐 초원지대에 사는 마사이족은 뛰어난 용맹성과 화려한 문화로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 부족이다.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전사 복장과 고유의 생활풍습은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정도다. 이들은 강렬한 빛깔의 옷을 즐겨 입고 구슬에 문양을 새긴 목걸이나 팔찌·귀걸이 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전신에 걸치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망토 ‘슈카’는 트레이드마크다.

글로벌 기업들이 마사이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놓칠 리 없다. 울긋불긋한 구슬이나 원피스, 마사이 워킹 슈즈, 가죽신 등 연간 수십억달러어치의 마사이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사이족 허락을 받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1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2012년 파리컬렉션에 마사이풍의 스카프와 의상을 선보여 슈카를 모방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제품마다 부족 이름이 도용됐지만 정작 그들은 아무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참다못한 마사이족이 유명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케냐 남부의 한 장로는 ‘마사이 지적재산 이니셔티브(MIPI)’라는 단체까지 설립해 연간 100만달러 안팎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겠다는 각오다. 다른 부족들이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전통 약초를 이용한 치료제에 대한 기술료를 받는 것도 성공사례로 삼을 만하다. 다만 모든 부족의 동의를 일일이 구해야 하는데다 승소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뒤늦게 권리 찾기에 나선 마사이족의 현대판 지식재산권 싸움의 향배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