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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매출 500억원 이상 자동차 관련 기업 1,081곳의 2016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4,462억원(0.2%) 줄었지만 인건비는 4,681억원(2.1%) 늘었다.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면 임금은 동결하고 실적이 개선되면 인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차 업계는 실적과 인건비가 따로 논다. 이런 흐름은 현대·기아차가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2016년 매출이 전년 대비 2조7,260억원(6.1%) 급감했지만 인건비는 전년과 비슷했고 기아차는 매출이 1조580억원(3.2%) 감소했지만 인건비 부담은 오히려 475억원 늘어났다.
매년 반복되는 임금협상과 30년째 고착화된 노동법의 과잉보호는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감소는 부품 주문 축소로 이어져 협력사의 존립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 제조업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호주나 영국처럼 무너질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도 힘들다.
자동차 산업은 임금 수준과 생산 유연성이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요소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800만대 시대를 열었던 것도 가성비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매년 반복하는 임금협상으로 급여를 올리면서 이제 가성비라는 무기는 사라져버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동차 산업계의 임금 양극화다. 한국CXO연구소가 매출액 500억원 이상 차 업종 1,081곳의 2016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의 인건비는 전체 기업의 41%를 차지했다. 중소 규모 1,075개사의 비중(46.7%)과 맞먹었다. 또 2016년 기준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의 평균 보수액은 8,126만원이었지만 매출 1,000억~3,000억원 기업은 5,741억원이었다. 매출 1,000억원 이하 기업은 급여가 4,000만원대였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의 직원과 매출 100억~300억원대 중소기업의 직원이 받는 보수 격차는 1.9배나 됐다.
귀족노조의 반복된 파업이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 1조원이 넘는 20개 기업의 실제 고용인원은 15만7,740명으로 전체 차 업계 일자리 중 47%에 불과하다. 반면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전체의 61%다. 인건비로만 보면 지금보다 5만여명 정도가 더 일해야 한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의 고연봉으로 인해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파업은 결국 스스로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한국 차 산업의 연봉 구조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