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스’라는 화장품 오픈마켓이 있다. 전 세계 방문객이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아무 뜻을 담지 않고 지었다는 이 화장품 오픈마켓에는 국내 중소 화장품기업이 만든 1만5,000여개 화장품이 입점해 있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남대문시장 상인의 외침처럼 이 사이트에는 거의 모든 국산화장품이 다 있다. 화장품은 100% 국내기업이 만들었지만 놀랍게도 매출은 100% 해외에서 발생한다.
배정현(사진) 졸스 대표는 22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데 유행의 주기가 매우 짧다는 단점이 있는 시장”이라며 “소비패턴이 상대적으로 긴 미국, 유럽 등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긴 호흡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졸스는 지난해 138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비슷한 업을 영위하는 곳 중에서 연매출이 더 큰 곳도 있지만 이들이 B2B(기업간거래)를 통해 외형을 키운 것과 달리 졸스는 오로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만 이 매출을 올렸다. 매출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올해 연매출 200억원 돌파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구조는 단순하다.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사이트에 올리면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이를 배송한다. 이 과정에서 연간 마케팅비용으로 쓰는 돈은 불과 500만원이다. 해외소비자 사이에서 사이트 인지도가 높다 보니 해외에서 유명해져 국내에서 다시 대박을 친 사례도 있다. 배 대표는 “지난해 코스알엑스라는 브랜드가 올리브영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는데 5년 전 브랜드 론칭단계 때부터 해외를 먼저 공략하고 국내로 들어온다는 계획을 함께 세웠다”며 “중소 화장품기업들이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데 해외박람회에 나가는 것보다 졸스에 입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기업들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졸스가 단기간에 화장품 판매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점효과 말고 더 놀라운 것이 있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해외직배송 물류시스템이다. 배송박스에 구매제품을 넣으면 컴퓨터와 연동된 저울이 자동으로 무게를 달고 소비자가 기입한 구매정보가 송장에 기록된다. 송장이 붙은 박스는 우체국 EMS를 통해 전 세계로 배송된다.
배 대표는 큰 비용을 들여 개발자를 채용해 이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글로벌 뷰티 스타트업이 자체 물류시스템을 개발할 때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배 대표는 “각 국가마다 우편번호 체계, 언어 등이 다르고 사이트에 입점한 브랜드사와의 호환체계도 제각각이어서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야 한다”며 “연간 배송매출이 높다 보니 우체국이 배송공간을 따로 임대해서 배려해줄 정도”라고 전했다.
졸스는 올해 미국, 유럽 등 외의 지역으로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몇몇 국가에 법인을 따로 설립했다. 배 대표는 “졸스를 찾는 전 세계 소비자들은 많지만 아직까지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으로는 배송이 쉽지 않아서 이를 해결해보려고 한다”며 “물류전진기지를 구축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화장품계의 아마존’이라는 졸스의 목표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인=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