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향기]고려 금속활자 '복(覆)' 자

국내 유일하게 현존하는 고려 금속활자 복(覆)자.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에 현재 전하는 고려 시대 금속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복(覆)’ 자가 유일하다. 고려의 금속활자는 1455년께 제작돼 한동안 세계 최초라 알려져 온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1377년 고려 우왕 때 청주 흥덕사에서 제작된 ‘직지심체요절’이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일명 ‘직지’라 불리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으나 안타깝게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고려 금속활자 ‘복’ 자는 국보급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나 해당 유물에 대한 비교군이 없어 국가지정 문화재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황이다. 개성 지역의 개인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금속활자는 활자꼴이 반듯하지 않고 네 변의 길이가 앞뒤로 조금씩 다르다. 뒷면이 타원형으로 오목하게 파여 구리 소비를 줄인 지혜도 엿볼 수 있다. 고려 금속활자의 실물은 북한 개성시 옛 성균관건물에 자리 잡은 개성박물관에도 한 점이 있다. 2007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남북 공동 발굴단이 지난 2015년 개성 왕궁터인 만월대에서 직지보다 앞서는 금속활자 한 점을 발견했으나 남북관계 급랭으로 학술 연구마저 중단됐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단일팀이 구성되고 올해가 고려 건국 1100주년인 만큼 남북한의 고려 활자가 함께 전시될 가능성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