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김씨가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이다. 최근에는 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의 속어가 더해져 ‘존버 정신’으로도 불린다. 시간이 지나면 증시는 오르게 돼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 반영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다림의 전제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종목에 대한 연구가 가장 중요한데도 이를 빠뜨린 채 워런 버핏을 흉내 낸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스스로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어느 정도 공부하면서 많이 알았다 싶을 때 투자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못하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라는 이야기다. 그는 “무작정 주식부터 사들이기보다 좋은 펀드를 몇 개 추천받아서 1만원씩 가입해두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얼마나 나오는지 살펴보는 식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실패 사례는 차고 넘친다. 또 흔한 사례가 값싼 주식에 집착하는 것이다. 코스닥 동전주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론 좋은 기업이 저평가된 경우라면 좋겠지만 이들은 기업 자체보다는 근거 없는 테마와 ‘내부 소식’에 의존한다. 5년 연속 영업손실로 결국 코스닥에서 퇴출되기 전까지 개미들의 투자가 이어졌던 프리젠, 중국 테마주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상장폐지된 씨엘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위 ‘몰빵 투자’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예·적금이나 채권처럼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거의 낮은 안전자산과 주식·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6대4 정도다. 하지만 개개인의 재정 상태와 연령대 등에 따라 이 비율도 바뀐다. 예를 들어 은퇴 시기가 가까울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여윳돈이 아닌 당장 1년 내로 쓸 일이 있는 돈이나 심지어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하는 것도 금물이다. “부자는 당장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도 돈을 묻어놓고 기다릴 수 있지만 일반적인 개미 투자자들은 그렇지가 못해 결국 투자를 그르친다”는 것이 자산가들의 돈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해당 업종 상황 등을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소한 최근 수년간의 영업이익 추이와 순차입금,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같은 업종의 경쟁사들과 비교해보는 등의 기초 과정부터 밟아야 하는 것이다. ‘호재’가 있다 해도 숙고해봐야 한다. 삼성배당주장기 펀드를 운용하는 김지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사업 성과와 전망이 눈에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는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업종에 투자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안이다. 코스피·코스닥이나 닛케이225·S&P500 같은 주요국 대표 지수나 정보기술(IT)·화학·자동차 등 업종 지수, 원유·금 등 상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어 투자의 감을 익히기에 좋은 도구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