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파이낸스 2018]임금구조·채용방식 뜯어고쳐 WM·IB에 특화된 인재 영입해야

4대지주 비이자 수익비중 20%대...글로벌은행에 크게 뒤져
투자상품 마케팅 강화·동남아 등 해외시장 활로도 모색을



호주의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맥쿼리는 전 세계 28개국에 1만4,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맥쿼리그룹 총수입 중 해외 수익은 지난 2015년 기준 70%에 달한다. 반면 KB금융은 전체 임직원 2만8,000여명 대부분이 국내에 머물고 있고 해외 부문 순익 비중은 전체의 1%대에 머물고 있다. 신한금융은 KB금융보다 해외 비중이 높지만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신한금융은 전체 임직원 2만6,000명 중 4,000여명이 해외에 있으나 순익 비중은 전체의 10.8%에 불과하다. 반대로 얘기하면 국내 은행들의 대부분의 이익은 70~80%가 이자이익이 차지할 정도라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자축보다는 여론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주택담보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예대마진이 커 이자수익이 늘어난 만큼 손쉽게 이자 장사를 했다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서다.

실제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2016년 3·4분기 누적 21.6%에서 2017년 3·4분기 누적 22.6%로 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해 비이자이익을 크게 늘린 영향이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016년 19.3%와 33.7%에서 2017년 16.1%와 30.8%로 3%포인트 내외 떨어졌다. 또한 이처럼 비이자이익 비중이 낮은 영향으로 국내 은행의 지난해 3·4분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미국(1.38%)과 중국(1.18%)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0.52%에 머물고 있다.


금융사 회장들이 신년사부터 비이자이익의 양대 축인 투자금융(IB)과 자산관리(WM)를 강화하자는 방침을 거듭 밝힌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본격적인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성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서 포화에 다다른 이자이익만으로는 수익창출이 쉽지 않아 비이자이익을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비록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부터 IB와 WM 분야에서 지주 중심의 매트릭스 조직 등을 도입해 계열사 협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IB의 경우 점점 더 글로벌하게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인데 해외에 비해 우수한 인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IB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이런 인재를 은행에 끌어들이려면 현재의 경직적인 임금구조와 채용방식부터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M 측면에서 은행은 여전히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적금에 자산의 대부분을 운용하는 은행 고객이 적지 않은데도 투자상품으로 수익을 내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신뢰를 얻을 만한 성과는 물론 설명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금융사 28개에 대해 실시한 펀드 판매회사 평가에서 상위권은 모조리 증권사가 휩쓸었으며 은행 중 가장 높은 곳인 국민은행은 9위에 불과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비록 금융사들이 WM센터 대형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반 고객들을 위한 투자상품 안내는 미흡하다”며 “고객들이 자산을 예·적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신뢰를 얻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IB와 WM을 핵심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HSBC는 2016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움직임과 반대로 아시아 지역에서 IB 부문 역량을 확대한 결과 채권 발행과 트레이딩 등의 수익이 증가하면서 유럽계 은행 중 최고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WM 강화를 위해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진 퀀트상품 등의 판매 확대를 위한 아시아 지역 담당자를 확충하기도 했다.

고액자산가들의 WM과 IB 업무 결합을 통한 시너지 도모도 고려할 만하다. CS뱅크는 2015년 아태본부를 별도로 신설해 기존 글로벌 프라이빗뱅킹(PB)본부 산하였던 PB 사업과 인수·조달 등 IB 사업을 통합했으며 이를 지난해 초에는 WM&C(Wealth Management & Connected)로 개편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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