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하루가 지난 22일 해당 재건축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될 대표 단지로 거론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상가 안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최대 8억원의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최소한 시세차익을 16억~17억원 정도 냈다는 것인데 정부가 엄포를 놓으려고 너무 터무니없는 수치를 내놓은 것 같습니다. 강남 같은 특정 지역만 골라 압박하는 정책을 펴니 재건축 단지들이 화가 많이 나 있습니다.”(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당 부담금이 평균 4억4,0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의 표적이 된 단지들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건축을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위헌 소송도 본격적으로 진행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재건축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표된 후 하루가 지난 22일 강남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는 재건축 부담금을 확인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안형태 대치쌍용 2차 재건축 조합장은 “우리 단지가 지난해 자체적으로 3개의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을 계산했을 때는 몇 천만원 수준이었는데 평균 4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조합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고가인 8억4,000만원을 부담하게 될 단지로 유력 추정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 단지 조합 관계자는 “원래는 1억원 정도의 부담금을 예상하고 있는데 정부의 발표 이후 8억원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니 기가 찬다”며 “조합들이 외부기관을 통해 시뮬레이션했을 텐데 정부의 발표와 너무 차이가 나니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담금 공개 카드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예정된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개한 부담금이 정확한 수치인지 아직 시장의 평가가 나오지 않았고 그동안 진행했던 재건축을 중간에 멈추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윤광언 압구정 구현대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40년이 넘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예정대로 다음달 25일에 예비추진위원장 선거를 실시하는 등 절차대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헌 소송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복문 조합장은 “주거환경연합회에서 헌법 전문 변호사를 위촉해 위헌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며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북 재건축 단지들도 소송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인본이 준비하고 있는 위헌 소송에는 이미 송파구 잠실과 서초구 반포,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조합 서너 곳이 참여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인본 측은 이르면 다음달 말께 소송을 제기한 후 추가 소송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한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주요 타깃이 되는 아파트 단지의 인근 중개업소로도 이날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아침부터 대치동 은마의 환수금액이 8억원이 맞는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문의가 많았다”면서도 “그럼에도 시세보다 싸게 집을 팔겠다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잠실동의 T공인 관계자도 “잠실5단지 예상부담금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느냐면서 매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재초환 역풍으로 당분간 시세조정 국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포동 R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환수금이 1억원이라고 해도 부담이 엄청나게 큰 것”이라면서 “25일부터 장기보유자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반포 3주구는 거래가 안 되게 생겼다”고 전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아직은 시세 변화가 없다”면서도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인상 전에 매도하겠다고 애초에 생각하던 사람들의 매물이 조금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 관계자도 “추진위원회가 아직 설립되지 않은 압구정 현대는 지금 얼마가 오르든 재건축 부담금과 관련이 없다”면서 “압구정 소유주들은 추진위원회 설립 전 최대한 이익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