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을 정조준한 정부의 겁주기 식 압박용 카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수차례 이어진 고강도 대책에도 강남의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자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에 경고를 던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가운데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오히려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강남 집값은 더 뛰는 상황만 되풀이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가구당 최대 8억4,000만원, 평균 4억4,000만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일단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앞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단지들은 물론 기존에 조합 설립을 완료하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잠실 주공 5단지를 비롯한 강남권의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이 장기적인 집값 안정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 두달은 효과가 있겠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며 이러한 현상이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애초 예정에도 없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갑작스럽게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연초부터 정부가 주택 시장을 향해 고강도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8일 열린 주거복지협의체에서 강남 주택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재건축 연한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언제 어떻게 제도를 바꿀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불과 열흘 전인 9일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재건축 연장 연한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부 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메시지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 개 안 남은 카드마저 통하지 않을 경우 대책이 없기 때문에 시장을 떠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 주택 시장의 과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택 시장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심 교수는 “정부 정책은 시장에 단기·중기·장기적으로 미치는 효과와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미치는 효과, 서민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나와야 하는데 최근 정부가 내놓는 정책과 메시지들은 정밀하지 못하다”며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도 중장기적인 목표와는 상반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남 주택 시장을 겨냥해 쏟아낸 정책들은 오히려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