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술자리를 적지 않게 하지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술이 약해 종류를 막론하고 몇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질 뿐 아니라 취기도 함께 올라온다. 너무 짧은 시간에 취기가 올라오면 즐거운 술자리를 빨리 파해야 하는 탓에 강한 알코올 향기의 주류는 선호하지 않았다. 특히 소주는 수제 맥주 등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향도 없어서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하이트진로(000080)의 준(準)프리미엄 소주 ‘참나무통 맑은이슬’은 인터넷상에서 숙취가 없는 소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향 덕분이라는 게 온라인상 소감의 대부분이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주정을 베이스로 하는 소주에 참나무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한 쌀 발효 증류 원액을 블렌딩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알코올 도수가 16도로 20도를 훌쩍 뛰어넘는 여느 증류식 소주들보다 훨씬 낮고 시중에 파는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참나무통 맑은소주’를 재출시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적지 않아서 이를 계승하는 의미로 내놓았다고 하이트진로 측은 설명한다.
우선 제품의 외관부터 살펴봤다. 패키지 라벨에 참나무로 만든 듯한 나무통이 그려져 있다. 병의 목에도 태그를 붙였다. 고급스러운 참나무통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세련된 아름다움을 더하겠다는 의도라고 회사 측은 말한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제품의 맛을 보았다. 잔에 따른 후 냄새를 맡아 보니 독특한 향이 전달됐다. 일반 희석식 소주에서 느껴지는 전형적인 알코올 냄새와는 달랐다. 차례상에 따르는 청주와도 비슷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에 대해 참나무 목통에서 숙성하면서 은은한 향이 술에 배어났다고 설명한다. 간단히 한 모금 머금었더니 소주의 강한 알코올 기운이 없다. 그 대신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알코올 도수가 16도로 일반 증류식 소주보다 낮은 덕분인가 싶었다. 그대로 삼키니 부드럽게 넘어간다. 소주와 어울리는 기본적인 안주는 물론 다양한 음식과 무난하게 어울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여러 잔을 더 마셨다. 몇 모금 나눠 마실 때와 느낌을 비교해보려고 이번엔 한 잔씩 그대로 ‘원샷’ 했다. 이번엔 술의 쓴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일반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부드럽다. 소주 특유의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한 잔 마시면 꼭 안주를 먹으며 맛을 중화하곤 했는데 안주 생각이 따로 나지 않았다.
몇 잔을 마시고 나니, 이른바 ‘소맥’이라 칭하는 맥주와 섞어 마시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맛과 향 때문이었다. 애초에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맥주와 섞어도 크게 무리 없이 잘 융합될 것으로 봤지만 각각의 향미를 없애면서까지 두 종류의 술을 섞는 게 의미가 없다 느꼈다. 맥주와 섞으면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캔맥주 몇 개를 샀지만 이내 치웠다.
이 제품은 일반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보다 소주의 높은 알코올 도수와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적합할 것 같았다. 하이트진로 측도 소주도 부담 없이 즐기고자 하는 젊은 직장인과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다양해져 가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보이게 됐다”며 “직장인들과 여성층을 공략하면서 프리미엄 소주 인지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