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 정기세일에 나선 백화점들이 회복되지 않은 소비 앞에 일제히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따뜻한 날씨로 외투 판매가 급감하고 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했던 지난해 초보다 매출 실적이 뒷걸음질친 것. 유통가에서 신년 세일 실적은 그 해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1일까지 일제히 신년 세일 행사에 돌입한 롯데·현대·신세계(004170)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보면 롯데백화점 매출이 7.5%나 줄어든 것을 비롯해 현대백화점(069960)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4.0%, 4.2%씩 역신장했다. 지난해 설 연휴가 올해(2월 설연휴)와 달리 1월에 있었던 점을 감안해 설 선물세트가 집중된 식품 부문을 빼고 봐도 모두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했다.
실제로 식품을 제외한 매출 신장률은 롯데백화점 -1.2%, 현대백화점 0.5%, 신세계백화점 -2.8%였다. 지난해에 비해 각종 물가가 오른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판매 감소 분은 더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백화점들이 최대 85%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앞세워 신년 세일에 나섰음에도 이렇게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은 금리인상 등으로 꺾인 소비 심리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9로 석달 만에 상승을 마감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과 12월 유통가가 앞다퉈 대대적 할인 행사를 진행한 기저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겨울 한파가 일찌감치 찾아옴에 따라 외투 등 의류 구매가 지난해 말에 집중되면서 패션 매출이 급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경우 리빙, 아동스포츠 등은 매출이 상승했으나 남성패션 매출이 2.1% 줄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 겨울이 많이 추워서 외투 등을 선구매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