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로 알려진 피터 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펀드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29%를 기록했지만 그 기간 마젤란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절반 이상이 손실을 입었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등락을 견디지 못하고 단기 수익률에 집착해 성급하게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버핏과 마젤란펀드의 사례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단타에만 집착하는 투자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공한 투자자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알고 있다. 투기성 짙은 단기투자보다는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짧은 기간 고수익을 올리고 싶은 개인의 욕구는 쉽게 다스리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가상화폐처럼 변동성이 큰 투자처에 젊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며칠 만에 2배·3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그 이상의 손실이 날지 모른다는 위험은 간과한 채 말이다.
전문가들은 단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조금씩이라도 투자하면 이른바 ‘복리의 마법’을 통해 손실은 줄이면서 수익은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발간한 보고서 ‘이기는 투자’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어떤 시점에서든 코스피 시장에 하루만 투자했다면 손해를 볼 확률은 48.8%에 달한다. 하지만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를 볼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20년이 되면 손실 확률은 0%가 됐다. 매월 1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누적 투자 원금은 4,440만원에 불과하지만 만기 평가금액은 2억9,000만원으로 원금의 6.5배를 달성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은 등락을 반복하지만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감정을 배제한 투자를 통해 위험을 감수한 만큼 그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투자 방법은 달라지겠지만 ‘대박’의 욕심을 버리고 잠시 눈을 돌리면 투자할 곳은 많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는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초보 투자가에게 종목 분석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경우 간접 투자인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원하는 만큼 투자금을 늘리며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 상품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다. 종목들을 묶은 지수에 투자하거나 신흥국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해외시장에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시장에 투자하는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할 수도 있다. 사모펀드 투자 공모 재간접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공모 재간접 펀드를 통해 법정 최소가입금액 1억원 이상인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조명받고 있는 헤지펀드는 최소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어서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사모펀드 투자 공모 재간접펀드 제도를 통해 일반 투자자도 소액(500만원 이상)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연금저축펀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이다. 연금저축펀드는 투자기간이 긴 만큼 하나의 연금계좌 안에서 국내주식형·채권형·해외투자형 등 시장 상황에 따른 자산배분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다. 또한 계좌 안에서 환매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펀드를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잦은 매매로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는 만기가 정해져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채권(ETN)이 좋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채권투자도 가능하다. 국내 채권뿐 아니라 금리와 안정성이 매력인 해외 채권에도 투자할 수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에 뛰어들지만 투자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만큼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리스크를 줄이는 점에서는 분산 투자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투자자금 전부를 주식 등 한곳에만 몰아 넣는다면 직장을 때려치워도 좋을 만큼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투자로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의 격언이 한 귀로 흘릴 말은 아니다. 버핏은 분산 투자를 ‘무지로부터 보호수단’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분산 투자는 과도한 리스크를 방어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분산 투자는 잠재수익률을 낮추는 한계를 보일 수도 있지만 투자 포트폴리오 조절을 통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채준 서울대 증권·금융연구소 투자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장기 투자, 분산 투자 등 투자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원칙들은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상품에 투자하든지 본인 책임 하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