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완 세광무역 대표
동원금속(018500)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오던 ‘슈퍼개미’가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대규모 유상증자 카드에 백기를 들었다. 3년 넘게 끌어왔던 자동차부품업체 동원금속의 경영권 분쟁이 주가 폭락이라는 상처만 남긴 채 사실상 끝이 났다. 슈퍼개미를 따르던 일반개미들은 허탈할 뿐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는 지난 16~22일 동원금속 주식 1,150만761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지분율은 34.74%에서 1.87%로 감소했다. 중소형주의 슈퍼개미로 불리던 손씨의 지분 처분으로 최대주주는 지분 29.99%를 보유하고 있는 이은우 대표로 변경됐다. 2014년 1월 동원금속 지분 6.55%를 확보하며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밝혀 동원금속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끌어들였던 손씨는 이번에 지분을 팔며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손씨가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2대주주인 오너 일가와의 지분율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경영 참여가 쉽지 않고 유증이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매수에서 매도로 포지션을 변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과 두 달 전 최대주주로 포부를 밝혔던 손씨의 변심에 대해 시장에서는 동원금속의 유상증자 발표를 이유로 들고 있다. 동원금속 창업주인 고(故) 이종희 회장의 아들인 이은우 대표 등 오너 일가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 등의 부담에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5일 동원금속은 234억3,6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상장 주식 수(3,595만4,933주)의 30.04%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이다. 동원금속은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라고 유상증자 이유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분쟁을 승기로 이끌기 위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손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황에서 지분율이 밀리는 기존 오너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방어할 필요가 생겼다”며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율에 따라 청약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손씨의 지분율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씨가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부담감은 존재한다. 여기에 유증 물량이 많은 만큼 만약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손씨의 최대주주 사수는 어려워질 수 있다. 실권주 처리 여부는 회사 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남은 물량을 오너 일가가 가져갈 수도 있고 제3자가 인수할 수도 있다. 오너 일가의 백기사가 등장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부담감에 손씨가 손을 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손씨가 동원금속 투자로 어느 정도 손실을 입었는지, 이익을 챙겼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다. 2014년 1월 전 6.55%는 평균 1,700~1,800원에서 사들였고 이후 지분은 주가가 4,315원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큰 이익을 보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씨와 함께 슈퍼개미로 잘 알려진 한 투자자는 “기업의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동원금속이 유증 발표를 하면서 손씨가 기업가치 하락까지 감수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유증 발표에 실망해 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손씨가 주식을 처분하는 동안 동원금속 주가는11일 3,120원에서 이날 1,925원으로 38% 하락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