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 "블랙리스트 상처 치유…성찰·개혁 이끌것"

이성열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이 24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전과 과제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전임 예술감독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제도와 사업은 계승하되 연극계의 지적들을 겸허히 수용해 국립극단을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24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성열(사진)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은 ‘성찰’과 ‘개혁’을 키워드로 꺼내 들었다.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출발점이나 논란의 중심지였던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계의 상흔을 치유하고 공공 극단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나가겠다는 의미다. 취임 3개월만에 마련된 이번 기자간담회는 이 감독이 3년의 임기 동안 수행할 개혁과제와 국립극단이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전 극단 백수광부 대표 겸 상임연출가인 이 감독은 “이전 예술감독 체제에서 한국 연극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국제연극과의 교류 활성화하는데 성과를 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연극, 창작극, 동시대 연극을 키우는 부분에선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계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연극인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한국 연극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텍사스 고모’(윤미현 작, 최용훈 연출)를 공동제작하는데 이어 매년 우수 지역 연극에 무대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등 3개 극장을 거느린 최대 국공립 연극 단체인 만큼 극장별 특성을 살리는데도 주력하기로 했다. 이 감독은 “명동예술극장은 중장년층이 즐길만한 고품격 명작을 소개하는 극장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작가 중심 창작극장, 소극장 판은 연출 중심 창작 극장으로 차별화할 것”이라며 “특히 소극장 판은 윤한솔 연출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가 상시 투고 시스템(빨간우체통)을 도입하는 한편 학술·출판·작품개발·번역·교육 등을 총괄하는 작품개발실(드라마터그실)도 신설한다. 4년 전 신설된 시즌단원제도는 유지하되 모집대상 연령을 기존 30~50세에서 45세 이하로 낮추고 계약기간을 2년씩 보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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