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세안 역내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의 점포 수는 지난 2009년 67곳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35곳으로 10년도 안 돼 2배로 급증했다.
단순히 국내 은행의 지점을 내는 수준이 아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공격적인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인도네시아 PT뱅크마눙갈을 인수한 후 100% 현지직원 채용 등으로 10년 만에 현지화에 성공해 토착은행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베트남 현지 카드 업계 4위인 ‘프루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 지분 100%를 1,614억원에 인수해 베트남 카드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중 캄보디아 현지 대출전문 업체를 인수해 현지 리테일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관(官)이 아닌 민간 주도의 금융판 ‘신(新)남방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 한한령 등의 여파로 동남아가 제조업 전진기지로 주목받으면서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만 4,000곳이 넘는다”며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은행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젊고 역동적인 아세안 시장은 금융회사에 매력적이다. 아세안은 중위연령 28세, 인구 6억3,000만명의 젊은 시장이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5%에 달해 성장한계에 처한 금융회사들이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 핵심전략으로 이들 국가와 경제·외교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신남방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금융권 진출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높은 핀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현지 맞춤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출시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의 수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 정부와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997년 IMF 위기 때 국책은행들이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철수해 아직도 태국은 국내 은행에 문호를 잘 개방하지 않고 있다”며 “현지 시장에서 ‘한국 은행은 뭔가 다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별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