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허용 러시아 선수 명단에서 자신이 빠졌다는 공식 발표를 듣고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러시아 현지 언론이 전했다.
스포츠 전문 TV 방송 ‘마트치 TB’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쇼트트랙팀이 이날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IOC의 불허 선수 명단이 발표됐으며 안 선수가 자신의 이름이 이 명단에 들어있음을 듣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전했다.
IOC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제1부위원장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는 이날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 바이애슬론의 안톤 쉬풀린, 크로스컨트리의 세르게이 우스튜고프 등의 선수가 IOC의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스피드 스케이팅의 파벨 쿨리쥬니코프와 데니스 유스코프,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크세니야 스톨보바와 이반 부킨, 아이스하키의 안톤 벨로프, 미하일 나우멘코프, 세르게이 플로트니코프, 발레리 니추슈킨 등도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도핑(금지약물 복용)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던 다수의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 참가 허용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에선 또다시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제안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보이콧에는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크렘린이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조치를 논의하지 말자”며 “지금은 보이콧 같은 용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경우든 IOC와 대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IOC의 러시아 국가 대표팀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에도 선수들이 개인자격으로라도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탈리 뭇코 러시아 스포츠 담당 부총리는 이날 평창올림픽 참가 허용 선수 선정을 위한 ROC와 IOC 실무단의 협상이 25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협상을 통해 IOC는 이번 주말까지 최종 러시아 선수 명단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ROC 공보실은 이날 평창올림픽에서 응원단이 러시아 국기를 사용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보실은 “응원단의 러시아 국기 사용은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평창올림픽 참가 금지에 대한 지난해 12월 IOC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확인을 IOC에 요청한 상태이며 주말까지 답이 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일부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가 국가대표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응원단이 경기장으로 러시아 국기를 갖고 들어가는 것은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IOC는 지난해 12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자행된 러시아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국가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다만 약물 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서 기량을 겨룰 길은 터줬다.
평창동계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 일원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경기에 참가한다.
이들은 러시아 국가명과 국기가 부착된 유니폼 대신 ‘OAR’와 올림픽 오륜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