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부영과 이 회장의 명암이 나뉘는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부영의 성장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부영은 지난 30여년간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부영이 공급한 임대주택은 사업지 기준으로 총 247개, 가구 수로는 20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영의 2016년 매출액은 1조6,309억원, 영업이익은 3,348억원, 당기순이익은 1,195억원을 기록했다. 부영주택·오투리조트 등 국내 법인과 미국·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해외 법인 등 총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부영의 지난해 재계 순위는 16위다. 최근에는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호텔·오피스·리조트·골프장 사업으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3년간 부영은 삼성이 매물로 내놓은 을지로와 태평로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을 인수했으며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포스코건설의 송도 사옥,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부지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손쉽게 인수했다. 부영이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그간 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부영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등 현금 보유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5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부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각종 특혜 의혹과 비리, 부실 시공, 후진적인 경영 형태 등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부영의 임대주택 사업은 각종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실제 부영은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임대주택법(현 민간임대특별법)에 따라 연 금리가 2~3%에 불과한 주택도시기금을 공공임대주택자금대출이라는 명목으로 지원 받아왔다. 주택도시기금은 10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 조건이기 때문에 민간 금융기관 대출에 비해 원금 회수 압박도 크지 않다. 부영은 이 같은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이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주택도시기금 민간임대아파트 지원 내역을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기금은 총 7조8,142억원을 민간임대아파트에 지원했으며 이 중 부영주택과 부영 계열사인 동광주택이 총 3조8,915억원을 지원 받아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부실 시공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시민단체들이 화성동탄2지구 부영아파트에서 9만여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며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 부영주택의 영업정지와 퇴출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최근 검찰이 부영주택 등 부영그룹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이 회장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분식회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국정 농단 수사 과정에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지원 요구를 받은 뒤 그 대가로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역으로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각종 구설수에 대한 부영의 대응 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중앙 일간지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언론사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언론을 방패막이 삼아 각종 의혹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부영은 특혜 의혹이나 부실 시공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이 회장의 대한노인회 회장 취임, 각종 봉사활동 등을 통해 여론을 누그러뜨리려 한다는 지적도 자주 받는다.
이 때문에 부영은 덩치는 어른처럼 커졌지만 경영 방식은 어린아이같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건설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진적인 부영의 경영 행태는 부영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한 이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 스타일 때문”이라며 “이 회장의 경영 방식이 부영을 지금처럼 성장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