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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혁신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기능을 도심으로 이전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도시는 제조업을 도심 외곽으로 옮겨 생산 기능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도심에는 소비와 서비스 기능만 남아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보스턴 혁신지구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이 도심 안에서 거주하면서 시제품을 생산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도심재생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도 대부분 첨단산업이기 때문에 환경 공해가 일어나지 않아 도심에서의 생산이 가능하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스턴 혁신지구는 생산기능을 도심으로 가져와 ‘일(work)-생활(live)-여가(play)’가 조화를 이루도록 해 도시 재생 대표 모델로 손꼽히고 있으며 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스턴 혁신지구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보스턴의 첨단기술 분야 연평균 고용증가율의 경우 2002~2010년까지는 -2.1%였는데 보스턴 혁신지구가 들어선 후 2011~2014년까지는 9%로 증가했다. 보스턴시는 혁신지구를 통해 3만개의 일자리를 추가 창출하고 연 6,700만달러(713억원)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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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은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재생정책과장은 “화창베이 전자상가는 짝퉁 제조 생산단지에서 세계 최대 특허출원 지역으로 발돋움했고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며 “서울 용산 전자상가가 재생 모델로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의 ‘팩토리 베를린’ 프로젝트도 스타트업 유치를 통해 도심 가치를 업그레이드한 사례다. 베를린은 독일의 정치적 수도일 뿐 산업·경제적으로는 동서독 통합 이후에도 별다른 기반이 없었다. 베를린 주 정부는 슈프레강 주변을 중심으로 2011년 팩토리 베를린이라는 창업단지를 만든 뒤 세계적인 IT·자동차 창업기업 유치에 나섰다. 창업자들을 위해 저렴한 임대료, 대출 혜택을 제공하면서 유럽 각국의 젊은 인재들을 끌어모았고 베를린을 유럽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로 바꿔 놓았다.
생산 기능 회복을 통해 도심 재생을 도모한 국내 모델로는 서울 세운상가가 있다. 1967년 지어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인 세운상가는 한때 대한민국 전자 메카로 불렸지만 강남 개발 여파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다시 ‘핫플레이스’로 만들자며 2015년부터 재생사업을 추진했고 지난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새 모습을 공개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세운상가에 스타트업 창작·개발 공간을 만들어 지능형 반려 로봇 등 신기술을 연구하는 청년들에게 임대했다는 점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세운상가에 오랫동안 터를 잡은 기술 장인과 청년 창업가들이 협업해 다양한 생산활동을 도모할 수 있다”며 “세운상가가 4차산업을 이끌 창의제조업의 혁신적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