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반덤핑 관련 분쟁의 경우 최종 승소 판정이 나온 뒤 1년여의 이행기간을 둔다. 이행기간이 다 지났을 경우 다시 분쟁 당사국 간 중재절차를 거쳐 WTO 재판부가 충분한 이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충분한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경우 승소 국가가 보복관세를 매기기 위한 양허정지 신청을 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행에 대한 중재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보복관세 신청을 한 셈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상의 절차대로라면 미국이 이행했는지를 두고 중재절차를 먼저 해야 하는데 그걸 건너뛰고 바로 보복금액 신청을 한 것”이라며 “나중에 이행 여부를 따지더라도 양허정지 신청 결과가 나오면 바로 보복조치를 하겠다는 게 정부의 뜻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보복관세 신청도 마찬가지다. 통상 세이프가드가 발동한 해당 국가와 이해관계국 간에는 보상 방안 논의를 위한 양자협의가 진행된다. 정부가 협의절차 이전에 보복관세 신청을 결정한 것도 이전의 수세적 자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 미국 세이프가드에 대한 보복관세는 미국이 가장 아플 수 있는 농산물 분야를 향할 가능성도 높다. 안 교수는 “보복관세는 미국이 가장 아파할 수 있는 농산물 분야를 노리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철강 업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그동안 뽑아들지 않았던 철강 관련 분쟁의 WTO행도 유력해졌다. 미국 상무부는 2016년부터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을 적용해 우리 철강제품에 잇따라 ‘관세폭탄’을 때린 바 있다. 또 싼 전기요금 등을 빌미로 ‘비정상시장(PMS)’ 조항을 적용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철강 AFA 문제는 오랫동안 법률 검토를 해왔다. 시점과 최종적인 결정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미국 등 강대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맞서기 위해 올해부터 ‘서울클럽’ 결성을 위한 운영단을 구성한다. 통상 선진 12개국 등과의 공조를 통해 강대국의 무역공세를 막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