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대형 화재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29명의 인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의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참사를 빚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이 겨울 한파로 인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가운데 빚어진 사고여서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참사를 당한 병원도 스프링클러나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안전시설에 문제가 많아 소방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서 환자들에 대한 구난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도 의문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이 입원해 있는 병원은 일반 다중시설에 비해 최상의 안전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방 병원은 고령 환자들이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자력으로 대피하기 어렵고 대피를 도울 인력도 부족하다. 고령화 추세를 타고 전국 곳곳에 난립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실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터에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앞세워 요양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한다. 자칫 양적 목표에만 매달리다 안전시설 같은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에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자고 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하고 대통령의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정부를 믿고 안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재난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은 ‘안전한 나라’는 과연 구호뿐이었냐고 묻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