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Why-마리화나 '합법화' 왜] 美 '경제효과'에 중독…'大麻'불사 길 열다

['마리화나 경제학' 나선 미국]
수십억弗 추가 세수 가능하고
41만명 이상 일자리 창출 기대
기호품 1위 맥주 아성도 위협
2021년 400억弗 시장 예상도
['마리화나 경영학' 빠진 기업들]
의료용 마리화나 업체 加 오로라
업계 시총 1위로…해외 진출 가속
껌·초콜릿 등에 첨가 산업 급팽창
예전과 다르게 투자 유치 쉬워져

‘중독을 부르는 위험한 마약’으로 오랜 시간 금기시됐던 마리화나가 미국 각 주와 캐나다 등의 기호용 판매 합법화로 빠르게 양지로 나오고 있다. 조만간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기호품 1위 자리를 두고 맥주와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 속에 마리화나 시장의 성장세가 ‘1990년대 닷컴 열풍’에 비견된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약물중독 확산 등 사회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각 주 정부와 유럽 일부 국가들이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늦추고 있는 데는 세수 증대를 비롯한 막대한 경제 효과가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 경제전문 매체인 CNBC는 지난해 미국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각 주 정부가 줄줄이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승인한 것을 두고 “2017년이 마리화나 산업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22일에는 미 동북부 버몬트주가 처음으로 의원 입법을 통해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미국 본토뿐만이 아니다. 남미 우루과이가 지난해 7월부터 판매에 돌입했으며 캐나다에서도 오는 7월부터 마리화나 판매가 시작된다. 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대마초 흡연을 규제하는 프랑스는 최근 마리화나 흡연자에 대해 기소 대신 즉석 벌금형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마리화나를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규정하며 판매에 까다로운 규제를 뒀던 미국 주 정부들이 기호용 마리화나에 관대해진 데는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리화나를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과도하게 범죄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이 배경이 됐다. 술·담배와 비교할 때 마리화나 중독이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적잖이 제기돼왔다. 미 금융 서비스 회사 코웬의 비비언 에이저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마리화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젊은이들은 오히려 술보다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지에 가려져 있던 마리화나의 막대한 경제 효과가 잇단 합법화 조치의 주요 배경이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크뷰마켓리서치는 2016년 마리화나 시장이 30% 커졌다며 연간 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소비자 산업은 케이블 TV 보급(19%)과 인터넷망 사업(29%)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아크뷰의 분석에 따르면 합법화 조치에 따른 시장 확대로 2021년 마리화나가 창출할 경제 효과는 총 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의 160억달러 대비 150%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각 주 정부는 기호용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통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추가 세수입과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미국 최초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콜로라도주는 2016년 마리화나 관련 세수로 약 2억달러를 거뒀다. 아크뷰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계속 늘어나면서 2021년에는 미 전역에서 관련 세수가 40억~47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 7월 기호용 마리화나 거래가 합법화되는 캐나다 역시 세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이미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거둬들일 세수 배분까지 조율을 마친 상태다.

합법화 지역을 중심으로 마리화나 제조·유통·서비스·과학·기술 등에서 창출될 관련 일자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크뷰는 캘리포니아에서만 앞으로 4년간 14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 전역으로는 41만4,000명이 이 산업에 종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리화나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의료용 마리화나 제조 업체인 오로라칸나비스는 최근 경쟁사 칸니메드테라퓨틱스를 11억캐나다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오로라의 시가총액은 74억캐나다달러로 늘어나 기존 세계 최대 업체인 캐노피그로스(시총 67억캐나다달러)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인수는 캐나다의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비하고 미국 등 해외진출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도 길에서 마리화나를 피지 않지만 대신 껌·초콜릿·맥주·향초 등으로 마리화나의 활용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면서 “점점 더 정교해지는 마리화나 발명품으로 관련 산업이 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마리화나 제품 배달 업체인 ‘이즈’는 마리화나 액상 전자담배의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판매량이 30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리화나 전자담배용 카트리지 생산 업체인 ‘쿠라’도 월 매출이 1년 사이 200만달러에서 7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 수치는 오직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 실적만을 집계한 결과여서 앞으로 기호용 마리화나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니틴 칸나 쿠라 대표는 “예전에는 투자자를 찾기조차 어려웠는데 현재는 기업가치가 4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호용 마리화나의 양성화가 약물 중독을 부추기면서 청소년 탈선과 마약 운전 등 사회적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 2014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차량 사고로 숨진 운전자의 38%가 약물이나 마약과 관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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