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급돼 야전성능시험을 거친 특수전용 칼. 납품단가가 17만4,234원으로 일반 대검(단가 3만2,000원)보다 훨씬 비싼데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군은 이에 대해 “도입 절차와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나 개선점도 건의됐다”며 “본격 도입분부터는 성능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군이 칼을 둘러싼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의 대상은 특수작전용 나이프. 본격 도입을 시작한 특수전 칼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난이 온라인을 타고 번졌다. 일각에서는 비리 의혹까지 들먹였다. 군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진상은 무엇일까.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 오히려 부실 구매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았다. 군이 바가지를 쓰거나 불량 제품을 고가에 구매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우선 온라인부터 보자. ‘시중에서 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칼을 18만원에 사들였다’는 지적이 먹혀 성토 분위기 일색이다. 군이 특수전용 칼을 구매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저가품을 고가에 구매했다는 지적은 근거가 취약하다. 소요가 제기된 지난 2015년부터 공급업체가 결정된 2017년 8월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다. 공개입찰에 6개사가 참여한 끝에 이탈리아 폭스사 제품을 앞세운 S가 최저가 응찰로 계약을 따냈다.
같은 해 11월 말 개당 17만4,234원에 222개를 납품받은 군은 특전사 ○○여단에서 10일간 야전운용평가를 거쳤다. 평가에 참여한 51명의 특전맨들은 전체적으로 호평하면서도 일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광택이 강해 위장능력이 떨어지고 손잡이가 손에 감기는 감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리 탄띠뿐 아니라 전술조끼 등 다양한 수납이 원활해야 하며 성냥 대신 불을 피울 수 있는 파이어 스틱이 필요하다는 개선 사항도 제기됐다.
올해부터 5년 동안 보급될 최종 납품물량은 1만2,400개. 육군 특전사는 해마다 새로 계약하는 조건을 붙였다. 애초 도입물량도 건의사항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면 향후 계약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지난해 도입분보다 10배 이상 많은 올해 계약분을 따내려면 제작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군 당국은 ‘바가지 구매’ 논란에 억울하고 당혹하다는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영국 특수부대인 SAS도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계약에는 한 점 의혹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병들에게 제대로 된 무기를 지급해야 한다는 성원에 따라 애써 예산을 확보해 이전보다 품질이 좋은 군용 칼을 선정했는데 막상 가격 논란이 일어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군의 장담대로 가격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군에 납품된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온라인에서 찾아보니 약 18만~20만원선으로 확인됐다. 대량 납품을 의식하고 공급업체가 가격을 낮추면 낮췄지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군은 ‘칼의 강도에서는 오히려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해마다 납품업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군은 보다 대형 칼인 일명 ‘람보칼’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M-9 대검의 두 배’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격이 맞지 않는 평가다. 일반 병사에게 지급되는 범용제품인 M-9보다 특수전에서 사용되는 고강도 특수 칼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더 비싼 제품을 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양권에서는 유일하게 각종 도검 전문전시장을 운영하는 나이프갤러리의 한정욱 대표는 “특수전 칼이 다양한 생존수단의 종합에서 견고함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추세로 넘어가고 있다”며 “서방 특수부대의 경우 개당 400달러에 이르는 제품도 많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실전을 치르는 유일한 군대인 미군의 경우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에서는 장병 1인당 4개의 칼을 휴대하는 게 보통”이라며 “개별 병사에게 부여되는 임무가 많아지며 칼 휴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의 고저보다 중요한 것은 병사의 생존성을 어떤 제품이 높여주느냐의 문제”라며 “품질보다 가격이 중시되는 풍토가 아쉽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