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저글러스’ 강혜정 “이효리-아이유 상황 공감..흐름에 순응”

강혜정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가 다양해졌다. ‘여배우’에서 결혼 후 ‘타블로의 아내’, ‘하루 엄마’로서의 역할도 커졌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로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게 기쁘면서도 가정과의 균형 있는 삶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배우 강혜정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혜정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저글러스:비서들’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타블로가 양육을 많이 도와줬다. 할머니도 많이 도와주셨다. 타블로는 심지어 살림을 잘 해서 내가 안 놓치고 싶은 걸(연기) 계속 안고 갈 수 있었다”며 “하루는 워낙 떼쓰는 아이가 아니어서 내가 촬영을 나가있는 걸 알고 속으로 허전한 생각이 들지언정 투정은 안 부리더라. 아빠가 진짜 잘 놀아줬다”고 딸 하루의 대견함도 칭찬했다.

스스로 살림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 달라고 하자 “솔직히 살림도 일도 둘 다 잘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요리를 제법 잘 하는데 하는 걸 막 좋아하지는 않는다. 외식이 너무 좋다”고 가감 없이 털어놨다.

손목 안쪽에 그려진 독특한 문양의 타투가 눈에 띄어 물어보니 “하루가 4살 때 그린 수달 그림을 그대로 타투로 새겼다”고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기도. 강혜정이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복귀한 작품이니만큼 타블로와 하루는 이번 드라마 ‘저글러스’를 어떻게 감상했을까. “식구들이 이 드라마를 되게 좋아했다.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여서 그런 것 같다. 9세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다들 한결같이 그 시간을 기다리고 시청했다.”

“하루가 한 번 촬영장에 놀러 온 적이 있다. 15부 엔딩을 구경하고 집에 돌아가면서 하루한테 ‘오늘 본 게 월요일에 나올 거야’ 얘기했더니 ‘내가 본 게 또 나와?’라고 신기해하더라. 월요일에 하루가 그 장면을 보고 이미 실사로 봤던 거라 되게 반가워했다. 하루가 ‘아빠는 못 봤지? 나는 봤다’고 자랑하더라.(웃음)”

배우 강혜정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 9살이 된 하루는 아빠 타블로의 가수 일, 엄마 강혜정의 배우 일 중 어느 분야에 관심을 보일까. “드라마 촬영장과 콘서트 현장은 차이가 엄청 크다. 콘서트 현장은 다이내믹하다. 드라마 현장은 조용해야 하니 재미가 없을 법한데 나름 재미있어한다. 감독님의 모니터도 같이 보고 즐기더라. ‘컷’, ‘큐’ 이런 것도 일일이 관찰하고 있더라. 예전엔 촬영장에서 나를 보면 ‘내 엄만데 뺏겼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역할과 실제 배우를 구분하더라. 백진희 씨를 ‘좌윤이인 척 하는 언니’라고 표현했다. 나에겐 엄청 큰 발전으로 다가왔다. 최근 촬영장 구경을 하면서 꿈의 가짓수가 더 넓어졌겠구나 생각했다.”


강혜정 스스로에게 이번 드라마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를 법하다. 그는 “리스타트”라고 표현했다. “작품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5년 공백기였다고 말씀들을 해주셨다. 나도 그 정돈 줄 몰랐다. 5년은 쉬지 말아야하겠다 생각했다. 감정 연기는 항상 힘들다. 육체는 힘들었을 텐데 정신적으로 괜찮아서 힘든 줄 몰랐다. 현장이 항상 파이팅 넘쳤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에너지 넘치면 정말 복이 있는 거다.”

‘저글러스’의 메인 커플은 좌윤이(백진희 분)와 남치원(최다니엘 분)이었다. 강혜정은 왕정애로 분해 황보 율 역의 이원근과 서브 커플을 연기했다. 메인 커플 분량에 욕심나지 않았는지 묻자 “강혜정이 계속 주연을 맡아야 한다는 이미지는 탈피하고 싶다. 어느 자리에 갖다놓아도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다. 주연의 자리는 한정돼 있고 다양하지가 않다. 조연이나 다른 케이스는 좀 더 롤이 열려있다. 그런 순간이 쌓이려면 시도도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주연, 조연이 별로 중요해지지 않은 시대가 된 것 같다. 좋은 작품에서 임팩트 있는 캐릭터로 활약하는 게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나는 라미란 언니가 정말 부럽다. 뭘 해도 다 오케이시다. 주연, 조연, 단역까지 다 거리낄 것 없이 연기하신다.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다. 그래야 오래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배우 강혜정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평소 TV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던 강혜정은 ‘효리네 민박’ 중 가장 공감했던 장면을 언급했다. “이효리가 아이유를 상대로 한 이야기에 되게 공감했다. ‘나한테는 싸인 안 받는데 아이유한테는 싸인을 받는다’는 말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과 후배가 생긴다는 것은 흔한 일이고 앞으로도 흔하게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이다. 내가 30, 40대 때가 돼도 20대 같이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흐름에 순응하고 마음을 잡고서 연기 생활을 하려 한다.”

강혜정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으로 여전히 ‘웰컴 투 동막골’이 언급된다. 2005년 개봉작임에도 강원도 동막골에 살던 순수한 처자 역할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도 대중이 ‘동막골’ 때 이미지를 떠올려 힘든 적은 없었을까. “어느덧 13년이 넘었는데, 아주 잠깐 ‘나는 동막골에서 멈췄나’ 생각 한 적도 있다. 어딜 가든 모든 분들이 그 말을 해주시니까. 그런데 언제 한 번 배우인 친구가 ‘인상적인 역할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 줄 아느냐’고 말하더라. ‘많은 재산을 가진 거다’라는 말을 듣고 고마웠다. 되게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여배우로 돌아온 강혜정은 현재 가지는 고민으로 “여유가 좀 생겼는지 배짱이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한 번에 바뀌는 건 없더라. ‘한 방’은 복권 샀을 때나 가능 하겠다. 멀리 보려 한다. 늙어서도 연기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연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도 넓히고 많이 배우고 싶다. 역할에 선입견 가지지 않고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조급해하지 말고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금의 제국’ ‘시그널’ ‘슬기로운 감빵생활’처럼 스토리와 캐릭터가 잘 어우러진 작품을 해보고 싶다. ‘가족끼리 왜 이래’도 진짜 재미있게 봤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았다. 보고 있으면서도 참여한 배우들이 참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다섯’도 참 좋아했다. 그처럼 긴 호흡으로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