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보다 까사미아 성장이 더 중요"

'까사미아家 장남' 이형우 까사미아우피아 대표
"기업가치·고용보장 최우선
가업승계 무산 아쉬움 없어
부친 매각 결정·경영철학 존중"

이형우 까사미아 우피아 대표가 지난해 6월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씨랩키친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까사미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까사미아 브랜드 가치를 계속 키워나가는데 이만한 결정은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형우(40·사진) 까사미아우피아 대표는 신세계그룹이 까사미아 지분 92.4% 인수를 발표한 다음날인 25일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나 기업 매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 대표는 이현구 까사미아 회장의 장남으로 이 회장(47.83%)과 어머니 최순희 고문(21.04%)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17.18%)을 보유하고 있다. 까사미아 내 공식직함은 없지만, 사무용 가구 계열사인 까시미아우피아 대표를 맡아 홈스타일링브랜드 ‘씨랩’을 총괄하며 경영 능력을 쌓아 왔다.

오너가(家)인 이 대표 입장에선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로 가업승계가 무산된 것이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이 대표는 “가업승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가구 시장에서 30년 넘게 기업가치를 키워 온 까사미아가 고객과 직원들을 위해 더 큰 회사로 성장하는데 어떤 경영상 판단을 내리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신세계로 회사를 매각한 아버님의 결정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세금 때문에 가업승계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매각 소식이 알려진 뒤에 세금이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을 판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많았다”며 “(가업승계를 위한) 세금을 낼 준비는 이미 다 돼 있었고, 또 까사미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 3,000만원 정도 더 인건비가 느는 정도인데, 그 부담 때문에 회사를 매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의 이슈인 가업승계와 관련해 이 대표는 “기업 들마다 처한 환경이 달라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 주는 것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창업주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가업승계든 제3자 매각이든 기업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지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동안 까사미아를 둘러싼 매각 루머들을 묻자 이 대표는 “5년 전쯤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후에는 대기업, 펀드 등에서 수많은 매입 제의가 있었지만, 이를 받아들여 협상을 진행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래서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만나자고 하면 아예 만나지 않아왔다”며 “이번 매각은 지난 11월에 협상이 시작돼 두달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이 최종 인수자로 신세계를 선택한 건 직원들의 고용 보장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통상적으로 보유 지분 전체를 팔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오너가가 계약서에 굳이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넣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까사미아는 주식 681만3,441주(92.4%)를 1,837억원에 매각하면서 신세계 측으로부터 직원 전원의 고용을 5년간 100% 승계하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신세계보다 인수 가격을 200억원 가량 더 높게 부른 후보자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버님이 30년 가까이 회사를 일궈오면서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매우 크셨다”면서 “이번 매각을 결정할 때 회사 성장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이 직원 고용 보장이었고, 나 역시 아버님의 그런 경영 철학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세계가 까사미아 5년 내 매출을 4,5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매장도 2배 이상 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까사미아 직원들도 새 주인 아래에서 회사의 성장과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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