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공인중개업소에 대한 고강도 단속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정부가 정책 실패 탓을 시장에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 꺼진 공인중개사 사무소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 단속 후 2주가량 제대로 영업을 못했습니다. 중개업소 틀어막으면 매매가 끊기는 것보다 전세 이주 시점을 맞춰야 하는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죠.”(서울 송파구 J공인 관계자)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부터 재건축 연한 연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이어지는 시장 억누르기에 집중하자 이를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최근의 집값 폭등세는 공급량 급감을 불러온 8·2대책 등의 정책 실패가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 정부는 그 탓을 시장에 떠넘겨 추가 규제를 쏟아내려는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의 대책들이 정작 잡겠다는 강남권 집값 안정보다 강남과 강북, 구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등의 양극화를 키운다는 비판도 크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8·2대책 등 강력한 규제를 쏟아냈음에도 강남 집값 고공세가 계속되자 거래업소에 대한 고강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무르익지 않은 정책 카드를 들먹이며 시장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극히 인위적인 수단으로 시장을 억제하는 조치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실수요자 및 서민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등의 역효과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가 그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중개업소 단속은 애꿎은 화풀이에 그친다는 비판이 크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E공인 관계자는 “중개업을 10년 이상 했지만 자전거래(실제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거래를 조작해 실거래가격을 부풀리는 것)는 이번 단속 과정에서 처음 들어봤다”면서 “정말 불법거래가 집값을 올렸다고 생각하면 정부는 시장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부의 일방향적인 억누름이 강남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진짜 큰 문제라고 시장에서는 설명한다. 서초구 방배동의 K공인 관계자는 “8·2대책 이후의 상황을 보듯이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당장은 잠잠해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반작용이 생긴다”면서 “정부가 공급을 틀어막은 상황에서 수요는 여전한데 이것을 무조건 위에서 억누른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J공인 관계자는 “최근 단속을 강화해 시장이 침체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의 수요층은 아직 견고하다”면서 “당분간 조정기를 거친 뒤 거래의 물꼬가 한 번만 트이면 그때부터 다시 상승장을 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강남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방위 공세가 풍선효과를 가져와 강북 재개발 시장 등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시장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기존 주택은 한 달 전보다 5,000만원 올랐으나 매물이 없다. 한남뉴타운 관계자는 “정부 8·2대책 등으로 매수를 보류했던 사람들의 허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강남 재건축을 누르니 강북 재개발이 더 뛴다며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도 매물이 씨가 말랐다.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흑석뉴타운 3구역의 경우 조합원 지분 가격이 한 달 새 7,000만∼8,000만원 올랐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의 일반 분양권 시세도 13억원을 찍었다”며 “재건축 규제를 피해 이쪽으로 계속 넘어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북 인기 지역의 일반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용산구 한강로2가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7억8,000만∼7억9,000만원 하던 것이 현재 호가가 9억원으로 뛰었지만 매물이 없다. 성동구 옥수동 미래옥수파크힐스 전용 59㎡도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오른 9억3,000만원에 팔렸다. 옥수동 B공인 대표는 “강남 재건축 부담금에 재건축 연한까지 정부가 들먹이면서 강남 투자수요 일부가 강북으로 관심을 돌리는 모양새”라며 “공무원들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하고 정책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