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식날 교실엔 5명만…'은혜초 정상화' 가능할까

개학식 열었지만 55명 더 빠져나가
출석 학생들은 5~15명 안팎에 불과
개학했는데도 학사일정·교사거취 불분명
오는 30일 이사장-학부모 정상화 논의할 듯

29일 개학식을 맞이한 은혜초등학교에 학생들이 없어 교실이 텅 비어 있다./신다은 기자.
“높고 크신 그 은혜 어찌 갚으리. 잘 배우고 잘 자라자 은혜 어린이….”

29일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1학년 교실 안. 떠들썩한 개학 분위기 대신 작은 노랫소리만이 복도를 채웠다. 개학식을 맞아 50여명 가까운 학생들이 더 줄어든 탓이다. 개학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각 반마다 많아야 10~15명 안팎이었고, 일부 1~2학년 교실은 학생들이 5명밖에 오지 않아 책상 5개를 붙여 앉았다. 3~6학년 학생들은 전체 100여명 중 스키캠프에 참석하는 70명만 등교했다. 이날 은혜초 복도에서 만난 한 1학년 여학생은 “우리 반은 22명 중 16명이 왔는데 다른 반보다 훨씬 많다”며 “다른 반 친구들은 전학을 많이 갔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은혜초등학교 재단이 폐교 방침을 철회했지만 학교를 떠나는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거취가 불분명했던 학생 135명 중 55명은 이날 결석하고 전학 절차를 밟고 있다. 은혜초에 등록된 학생들은 8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학교 정상 운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학부모들은 앞으로 출석 인원이 더 적어질 경우 자녀를 추가로 전학 보낼 계획도 있다. 타 학교 학사일정에 맞춰 2월 둘째 주까지 전학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2학년 A양 어머니(35)는 “오늘 커다란 교실에 학생 6명이 오도카니 앉은 걸 보고 가슴이 답답해졌다”며 “남은 학년은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겠지만 그 뒤에는 전학을 보내려 한다”고 전했다.

개학식 날까지 구체적 학사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점도 전학의 단초가 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미 폐교를 전제로 운영하겠다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쯤 2018학년도 학사일정을 논의해야 하는데 은혜초는 아직 교사 거취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2월 28일 해고를 앞둔 교직원들은 거취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 측은 “학생이 줄어든 부분은 잘 모르겠다”며 “정상 운영은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학부모 비대위는 오는 30일 이사장과 만나 학교 정상화를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교사들의 향후 거취 문제와 구체적 학사 대책 등을 최대한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