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기업 가업승계 준비 안돼, 먼저 후계자부터 키워야

중기 75.8% 자녀 승계 계획
"경영능력 전수 시스템 필요"



우리나라 가업상속제도는 편법승계가 난무했던 현실과 이를 뒤따라 잡으려는 정책이 혼재했다. 편법을 줄이지도 못하면서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대기업을 포함해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후계자 양성 없이 제왕적 오너십에 따른 경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오너가 낮은 지분으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층층이 지배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오너가 정당하게 배당이익으로 소득을 벌기 어렵다. 결국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지닌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일반 주주 대신 오너 일가가 소득을 챙기고 나머지는 기업 성장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도입했지만 매출 비중이 30% 이상이어야 하는 조건 등이 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실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액은 2013년 1,025억원에서 2016년 499억원으로 줄었다. 일감 몰아주기 자체가 줄어든 면도 있지만 같은 기간 대상 기업은 177개에서 202개로 늘었기 때문에 세무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일정 이하로 매출을 줄여 규제를 피해갔다고 보고 있다.

드러나지 않을 뿐 중소중견기업 역시 대기업의 과오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국내 4대 그룹의 1차 납품사인 A기업은 공대 출신이 세운 젊은 기업이지만 회사 직원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서류상 회사를 내세운 뒤 실제 출근하지 않은 오너 가족을 대표로 세워 월급을 챙기다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과세 철퇴를 받았다. 이보다 훨씬 작은 벤처기업 B사는 대표가 적자 상황인 회사를 도외시한 채 법인 카드로 외제 차를 사는 등 사적으로 유용하며 직원들에게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해 원성을 샀다.


승계 역시 후계자에 대한 양성보다는 과세를 피하려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 대기업인 삼성·현대그룹의 승계과정에서 나타난 공익법인을 이용한 증여세 면제, 미공개 정보 이용, 불공정 합병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상속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최고 65%까지 과세한다. 창업주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상속세를 내느라 2세로 가면 자녀별로 최대 17%, 3세로 가면 최고 6%대로 줄어든다. 종자산업의 탄탄한 중견기업이던 농우바이오가 1,700억원 규모의 지분 상속세로 1,100억원을 부과받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매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창업주가 사망하면 6개월 내로 상속세를 내야 하고 이때는 지분을 실제 얼마에 팔았던 간에 시장거래 가액으로 과세된다. 일부를 내고 나머지를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가 있지만 가산세가 붙는다.

창업주 생전에는 승계에 대해 불문율에 부치는 국내 기업의 현실도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6 가업승계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가운데 75.8%는 승계를 계획하고 있고 이 중 75.8%는 자녀에게 하겠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승계를 완료한 기업은 1.6%뿐이었다. 2세 승계를 준비하지 못하다 2세끼리 형제의 난을 일으켜 그룹 전체가 타격을 입은 롯데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2~3세 스스로 가업상속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기업을 매각한 돈으로 차라리 안정적인 투자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장수기업이 많은 일본에서도 아버지 시대의 업종이라는 이유로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 같은 기업 매각에 돈을 빌려주는 사모부채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업상속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LK투자파트너스의 강성부 대표는 “중소기업의 99%는 승계에 대비한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지분 승계뿐 아니라 주요 의사 결정을 해보면서 경영 능력을 전수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기업을 포함해 대부분의 기업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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