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최저임금 부작용, 월급 줘본 적 없는 사람들의 反시장정책 탓"

■통합 앞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
반도체 호황 착시에 빠져 방심...연말이나 내년초 위기 올 수도
다당제 정착시키기 위해 통합...총선서 한국판 마크롱 신화 쓸것
신념 안맞으면 탈당하는게 순리 앞으로도 전대 방해땐 엄정조치



안철수(사진) 국민의당 대표는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를 제외하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 경제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과 청년 일자리 등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을 향해서는 “월급을 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반시장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두고는 “어느 때보다 대안정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며 “통합이 잘 마무리되면 2년 뒤 총선에서 ‘프랑스의 마크롱 신드롬’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 경제가 5년도 제대로 못 버틸 것”이라며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올해 말이라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덕에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총체적인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썰물 때 누가 벌거벗고 있었는지 다 드러난다’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말을 빌려 “정부가 착시에 빠져 방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자 출신답게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향해서도 ‘시장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1995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를 창업해 10년간 운영한 안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 후 4년 내내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어음깡’까지 했다”며 “자영업자들 중에서는 대선 투표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따른 후속조치마저 세금 주도의 반시장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월급을 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경제정책을 만드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한국판 마크롱 신화를 쓰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지난해 6월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가 압승을 거둬 60년간 이어져온 공화·사회 양당체제 구도를 허물며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썼다. 안 대표는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 없었던 다당제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라며 “2020년 총선에서는 우리 하기에 따라 마크롱 신당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통합’을 내건 바른정당과의 합당이 진영의 논리를 떠나 대안정치를 바라던 국민에게 충분히 공감을 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여론조사의 대구경북(TK)만 봐도 통합신당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한국당에 실망한 보수층이 분리돼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1월 4주차 여론조사를 보면 TK 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24%), 통합당(20%), 한국당(18%) 순이다.

통합신당은 총선에 앞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15개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앙에서는 잘 모르지만 지역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을 접촉하고 있다. 합당 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느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통합 후 백의종군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며 “나보다는 좀 젊은 사람이 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본인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두고도 “지금은 통합에 전념하고 있어 아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 반대파를 향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신념이 맞지 않으면 탈당하는 게 순리”라며 “당에 소속된 채로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28일 반대파가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강행하자 긴급 당무위원회를 열어 의원 16명을 포함한 179명에게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안 대표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의 첫 확대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 움직임에 대해 안팎의 우려가 크지만 머지않아 통합의 가치와 효과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당원 의사에 반하는 행위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는 오는 2월13일 통합 전당대회를 열기로 이날 확정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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